[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재작년 ‘기생충’이 아시아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작년에는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는 일본의 신흥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아카데미 행운이 쏠리고 있다. 그의 연출작 ‘드라이브 마이 카’가 올해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단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기생충’ 역시 아카데미 수상에 앞서 골든 글로브에서 수상한 바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려 179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평단의 호평이 쏟아지는 작품이다. 작년 칸 국제영회제 각본상 수상을 포함해 이미 미국 내 여러 영화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휩쓸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전 세계 영화상 30여개를 거머쥐었다.
올해 열리는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는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에도 오른 상태다. 예비 후보를 넘어 수상까지도 무난할 것이란 게 미국 내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미 봉준호 감독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해 ‘거장’이라 호평한 멘트도 힘을 얻게 하는 동력 중 하나다. 사실상 올해 아카데미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국제장편영화상 수상과 함께 감독상과 작품상 각본상 수상 여부에 있다. 2020년 ‘기생충’과 같은 행보다.
무엇보다 이런 흐름은 아카데미의 변화 그리고 올해 골든 글로브의 파행에 따른 긍정적 결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화이트 워싱’(백인 위주 수상)에 시달려 온 아카데미 수상은 2020년 ‘기생충’이 보기 좋게 허물었다. 작년에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과 클로이 자오 감독의 감독상 수상이 이어갔다. 올해 아시아 영화의 약진을 기대하는 건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 파행이 주목 받으면서다.
올해 골든 글로브는 인종 차별과 부정 부패 문제가 겹치면서 무관중 무방송으로 수상자만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이후 골든 글로브가 변화를 다짐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아카데미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점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더할 듯하다.
대한민국의 영화가 100년 묵은 거대한 벽을 허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중국계 여성 감독이 그 변화의 흐름에 힘을 보탰다. 올해는 일본의 신진 거장이 또 한 번 세계 상업 영화 자존심으로 불리는 아카데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열리는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27일 개최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