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쌍용자동차가 추진하는 '사전회생계획제도(이하 P플랜)'의 신청 기간이 불과 14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이하 HAAH)가 투자 의향을 확실시 하지 않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매각 과정이 진행 중이라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일한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P플랜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주지만, HAAH가 본계약 체결 여부를 회신하지 않아서다. 이에 쌍용차는 최근 HAAH에 오는 20일까지 인수 의향 여부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추진하는 '사전회생계획제도(이하 P플랜)'의 신청 기간이 불과 14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사진/쌍용차
현재까지 HAAH 측의 답신은 없는 상태다. HAAH는 쌍용차에 약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하려고 했지만 쌍용차가 보유한 부채인 공익채권이 약 3700억원 규모여서 투자에 부담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가 산은에 2500억원의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산은은 HAAH의 투자 결정 없이는 먼저 자금을 투입해 살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먼저 자금을 투입하라는 요구는 단호히 거절한 셈이다. 쌍용차가 자금지원을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HAAH로부터 최종 투자 결정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이 도울 수 있는 선결 조건은 HAAH의 투자 결정, 자금조달 증빙 제시, 사업계획서 제출 등 3가지"라며 "쌍용차가 HAAH로부터 투자결정을 이끌어내려면 버릴 건 다 버리고 가볍게 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구조조정 선결을 주문한 바 있다.
문제는 쌍용차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썬 없다는 점이다. 이는 '매각과정'과 '법정관리' 상황에 쌍용차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매각 절차가 본계약 체결로 마무리되고 대주주가 최종 결정되면 대주주와 협의해 자구안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상하이 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도 인력 구조조정은 쌍용차 주도가 아닌 법원 주도로 이뤄졌다. 인력 구조조정 절차 자체가 법원 주도로 회계법인들이 생존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인력 구조조정안이 진행됐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는 지금 주인이 누군지 모르고 상황"이라며 "주인이 결정되면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노사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과정을 지키지 않으면 쌍용차는 노사 문제까지 휩싸이게 돼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