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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판’ 된 농지…"허술한 농지법이 원인"
경자유전 원칙 되살려야…“예외 조항 축소 필요”
입력 : 2021-03-17 오후 2:50:29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외에도 외지인 다수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에서 '농지 투기' 정황이 확인되면서 농지가 투기판이 돼 가고 있다.
 
경자유전, 즉 농사를 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한다는 원칙이 헌법과 법률에 보장돼 있지만 현실에선 이 같은 대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규제 장벽이 낮아진 농지법이 농지 투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이에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해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 소재 농지 일대. 사진/뉴시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지 투기가 처음부터 용이하지는 않았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제정·시행된 농지개혁법은 경자유전 원칙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1987년에는 헌법 제121조으로도 이 같은 원칙이 명시됐다. 이에 따라 농지개혁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농지 구입시에는 6개월간 사전 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농지 취득 허용기준으로 통작거리 8km 이내를 제시하기도 했다. 통작거리는 농지 소유자의 거주지와 농지간의 거리를 뜻한다. 
 
그러나 이후 규제가 줄곧 완화됐다. 1991년에는 통작거리가 20km로 3배 이상 대폭 길어졌고 3년 뒤에는 통작거리 제한마저 없어졌다. 이밖에 사후관리 성격인 농지취득자격 증명 제도 도입과 농지소재지 사전 거주 요건 폐지 등도 농지 접근성을 높였다. 수년에 걸친 규제완화가 농지 투기의 허들을 낮춘 것이다. 
 
경자유전 원칙의 예외조항도 농지를 투기판으로 만드는 데 한몫 했다. 농지법에 명시된 경자유전 예외조항만 10개 이상이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토지를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임대할 수 있어, 농지법이 투기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예외조항에 포함된 1000㎡ 미만 규모의 주말농장 목적 농지 취득은 농지 취득자격증명이 없어도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논란을 빚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 직원도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땅을 사들였다.
 
이에 농지 투기를 막으려면 허술한 법을 고쳐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존하는 다수의 예외규정이 농지 투기를 유인하는 만큼, 예외 조항을 일부 삭제해 경자유전 원칙이 무력화될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경자유전 원칙의 예외규정이 많아 농지 취득이 쉬워졌다”라며 “불필요한 내용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거래된 농지가 실제 농업용으로 쓰이는지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시흥시 과림동에서 농지 투기 의심 사례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농지를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농지 보존과 관리에 관한 감독 체계를 철저히 논의해 바로 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김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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