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에 파업의 전운이 다시 감돌고 있다. 노동조합들은 회사와 임단협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투쟁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 등을 고려해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데 파열음이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오는 3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절차도 시작된다. 이날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중노위의 최종 조정 결과는 오는 5일 나올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가 지난 27일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1조2600억원의 품질비용 충당의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기아차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의 9차 교섭까지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사 간 가장 의견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잔업 30분'이다. 노조 측은 잔업 30분을 적용해 실질임금을 높여달라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2017년 없앤 잔업 30분 부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30분 잔업 부활외에도 기아차 노사는 △노동이사제 도입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의 사내 유치 △해고자 복직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 연장 등에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엔 기아차 노조가 쟁위권을 확보,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은 실질임금이 줄어 고통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정의선 회장 취임을 위해 1조2600억원이라는 품질비용을 실적에 반영했는데, 노동자들이 일군 영업이익을 상의없이 반영한 데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4시간 부분파업을 연장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앞서 지난 23일 4시간 부분파업을 한 차례 했는데, 임단협 난항으로 지난 30일과 오는 2일 두 차례 더 4시간 파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임단협이 마무리될 때까지 잔업과 특근도 지속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올해 21차례의 임단협 협상을 진행했지만 '임금협상 주기'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협상 주기를 2년으로 변경할 경우 기존 제시안인 성과급 55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2년 단위의 협상은 절대 불가라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오는 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다시 열고 향후 투쟁 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김성갑 한국지엠 지부장은 "회사제시안을 살펴보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만 2년치 제시안은 절대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노조는 내부절차를 통해 논의 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의 임단협은 현재 차기 노조 집행부 선거로 잠시 중단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16일 중노위를 통해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차기 노조 집행부 선거 기간에는 현 집행부가 집권 중지가 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의 차기 노조집행부 투표는 오는 9일 진행된다. 이후 이의제기 기간 등을 거치면 이르면 오는 18일부터 차기 집행부의 활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주재정 르노삼성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비가동이어도 현 집행부는 협상을 가동하자고 했지만 사측이 임하지 않았다”며 “현 집행부가 이번 선거 끝나는 9일 이후에 바로 임단협을 해도 되지만, 사측이 이번 임단협을 다음 집행부에게 넘기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달 국내 완성차업체 3개 노조의 강경투쟁 기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두 달 남은 데다 매 4분기는 국내외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임단협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엔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도 최근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확산으로 어려운 현재는 소집단 이기주의보다는 산업생태계 차원의 산업평화 확보와 위기극복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미국 등의 회복세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위한 노사간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