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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전속고발권 폐지하고 불공정행위 처리역량 강화해야"

(피플)서보건 법무법인 다름 대표변호사, "공정위 조직확대 해결책 안돼"

2019-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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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의 핵심은 전속고발권 폐지다. 가격이나 입찰 등 사회적 피해가 큰 경성담합에 한해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허용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어렵게 합의문을 작성했지만 공을 넘겨받은 국회 내 논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담합보다 오히려 하도급문제를 비롯한 불공정거래 사안에서 전속고발권 폐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가 인력 부족을 핑계로 담합신고에 비해 수십배 이상 많은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를 미루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만난 서보건 법률사무소 다름 대표 변호사 역시 하도급법 전면개정을 비롯해 불공정행위 관련 전속고발권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민생경제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서 변호사는 최근 취임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불공정행위 사건에서 공정위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서보건 법률사무소 다름 대표변호사는 17일 "하도급법 전면개정과 불공정행위 관련 전속고발권 폐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강명연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갑을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했다.
 
공정경제가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만큼 신임 위원장으로서 그에 부응하는 노력을 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갑을문제를 첫 번째 타깃으로 언급한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평가한다. 그 동안 공정위는 가맹사업이나 대리점 문제, 하도급법 등 불공정행위 관련 사건 처리를 미루면서 인원 부족을 이유로 들어왔는데, 현재 공정위 구조에서 해결방안을 찾기 힘든 만큼 전향적인 조치가 가능할 거란 기대감을 심어준 셈이다.
 
다만 갑을 관계 해결방안으로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를 꼽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경제적 힘의 불균형에에서 비롯된 문제가 정보를 확대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보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힌다고 했는데, 가맹점주나 하도급업체들은 알면서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하려면 투명한 정보공개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갑을 문제에서 공정위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가.
 
우선 하도급 등 불공정행위 신고 처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담합 신고는 1년에 100건 수준이지만 하도급건은 연간 수천건에 이르기도 한다. 공정위는 인원 확대를 통해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공정위 조직이 처리하려면 인원을 두 배로 늘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공정위가 모든 신고건을 처리하게 만들겠다면 파격적으로 인원을 확충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남는다. 공정위 본부와 지방 사무소 간 사건 처리 능력 차이가 너무 크다. 신고자들은 사건을 본부로 보내고 싶어 하고 실제로 본부에서 조사해야 제대로 조사가 된다는 인식이 있다. 신고 관련 자문하는 일부 업체들은 본부에 사건 보내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며 홍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단순히 조직 확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올해 초 서울, 경기지역 지자체 내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다. 이곳에서 우선 가맹사업 관련 분쟁을 분담하면서 신고인들은 공정위와 서울시, 경기도 중 어디에 신고할지 선택할 수 있고 사건 쏠림이 줄면서 처리기간 단축 효과도 있었다. 가맹사업부문에서 좋은 사례가 나온 만큼 하도급분야 분쟁조정도 지자체로 권한을 이양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공정위와 법무부가 경성담합에 한해서만 전속고발권 폐지에 합의했는데 현재 이마저도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담합보다 불공정행위 유형에서 전속고발권 폐지가 시급한 게 현실이다. 현재는 하도급을 비롯해 관련 신고사례가 수천건에 이르는데 고발까지 가는 경우는 1%가 안된다. 사실상 피해자들의 고발권을 막아놓은 셈이다. 차라리 건수가 많지 않은 담합을 공정위가 전담하게 하고 피해사례가 많은 하도급 등 불공정행위를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포함해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에 벌칙조항이 있다는 것은 형사처벌을 염두에 둔 법이라는 의미인데 공정위 고발 없이는 수사기관이 들여다볼 수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 현재 전속고발권을 두고 공정위와 검찰이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 대한 법조계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 등 유통3법은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법들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하도급법이 있는 유일한 국가다. 그만큼 하도급분야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공정거래법에 구멍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등의 경우 경쟁당국이 개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소송을 통해 해결한다.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사업자가 망할 정도의 금액이 부과되기 때문에 사전에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구조다. 하지만 한국은 징벌적 손배배상이 3배 수준에서 막혀 있기 때문에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불공정행위 관련 법안 가운데 하도급법의 전면개정도 필요하다. 현재 법안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손보느라 누더기처럼 돼 있다. 특히 하도급법 적용 범위가 제한적인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실질적으로 하도급거래이고 갑을관계에서 발주가 이뤄졌음에도 하도급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발주자와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간의 관계에서 하도급거래가 발생하는데 편법을 이용해 이를 피해가는 것이다. 원사업자가 별도 회사를 차려서 실질적 계열관계임에도 관계를 끊는 등의 방식 등이 자주 활용된다. 건설공사에서는 업종 제한이 있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 갑질 근절을 위한 한온시스템 불공정행위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추혜선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서보건 변호사(왼쪽 두번째)는 해당 신고의 대리인을 맡았다. 사진/뉴시스
 
공정위가 신고건을 어렵게 처리해도 피해 구제가 안되는 경우도 많다.
 
공정위가 사건을 오래 끌어서 결과적으로 피신고인이 제재를 받는다 해도 과징금은 피해금액에 비하면 미미한 경우가 많다. 공정위 신고를 거치는 동안 신고인이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피해가 더 커지는데 대부분의 신고자들은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공정위 신고절차를 밟는다는 게 문제다. 어렵게 신고 절차를 거쳐도 과징금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신고인은 공정위 신고절차를 마치면 민사재판을 다시 시작해야 피해금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사실상 피해구제가 안되는 셈이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공정위 신고 결과에 따라 피해를 변제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신고인들은 변호사 선임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공정위 신고와 민사소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사재판에서는 공정위 신고 결과가 나와야 재판이 가능하다면서 사건 진전이 안된다. 재판 중에 공정위 조사내용을 들여다보려 한다해도 공정위는 법원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피신고인의 영업 비밀이나 민감 정보 등을 이유로 드는데 피해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증거제출은 필요하다고 본다.
 
공정위의 사건처리 과정에 대한 불만도 있는 것으로 안다. 
 
공정위가 사건을 접수한 뒤 진행절차를 알려주지 않는 점도 문제다. 법원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우리측과 상대편이 서면과 답변서를 내는 등의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공정위는 신고서 제출 이후 깜깜 무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인들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데 이런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 상대편의 민감함 자료까지 공유할 수는 없겠지만 반박자료를 냈다는 등의 진행과정은 알려줄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각하대상의 경우 그나마 빨리 안내를 받는다고들 하는데 각하 이유에 대해 신고인이 알기 어렵다는 점도 보완할 부분이다. 공정위가 특정 내규에 따른 처리라고 설명서류를 보내지만 일반인들은 세부적인 내용을 알기 어렵다. 변호사를 선임했을 경우 행정소송이나 재조사 요청 등 이후 대응방법을 알려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답답한 경우가 많다. 공정위가 기계적으로 사건을 각하하기보다 좀 더 적극적인 해석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는 안되고 있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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