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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내부거래 규제 식품업계 '정조준'

대기업 중심서 탈피, 중견기업도 적용…후계 작업 발목 잡힐 듯

2016-10-3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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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배를 불려오던 식품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이 대기업에 국한됐던 내부거래 규제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8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최근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위해 다시 법안을 제출했다.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대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게 법안의 주된 골자다. 
 
규제당국과 정치권 내에서는 내부거래 규제가 오너 사금고로 활용되는 계열사들을 제재하겠다는데 있는 법 취지가 만큼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개정안이 식품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편법적인 내부거래가 활개를 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왔기 때문이다.
 
법 개정이 가시화되며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비껴나 있던 식품 기업들도 긴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규제의 굴레에 갖혀 계열사 몸집불리기, 편법으로 가능했던 승계작업 등이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CJ(001040)와 롯데 계열사들을 제외한 대다수 식품기업들이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의 중견·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왔고, 이로 인해 법망을 피해 내부거래가 횡행해 왔다.
  
크라운제과(005740)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윤영달 크라운제과 회장은 지난 25일,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에 지분을 매각하며 편법 승계 논란을 일으켰다.
 
윤영달 회장의 아들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59.60%의 지분을 보유한 두라푸드는 2009년 크라운제과로부터 연양갱 생산설비를 넘겨받은 뒤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비상장사다. 지난해를 기준으로도 전체 매출 105억원 중 96% 정도가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일각에서 비상장사인 두라푸드가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에 오른 것을 두고 '편법 승계'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크라운제과 외에도 식품업계 내 내부거래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곳곳에 존재한다. 
 
최근까지 편법 승계 논란을 일으킨 사조그룹의 경우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업무 용역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사조시스템즈가 2013년 내부거래 수익이 7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2%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87억원으로 내부거래 매출이 더 늘었다. 사조시스템즈는 오너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급성장했다.
 
삼양식품(003230) 역시 전인장 회장과 첫째며느리 김정수 사장, 손자 병우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SY캠퍼스'(옛 비글스)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편법 승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오뚜기(007310)의 경우 12개 계열사 중 내부거래율이 50% 이상인 곳이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오뚜기SF, 오뚜기물류서비스, 상미식품, 풍림푸드 등 6곳이나 된다. 오뚜기라면의 경우 매출 5080억 원 중 5037억 원이 오뚜기로부터 나왔을 정도다. 풍림푸드, 상미식품 등 계열사를 모두 합한 매출은 5050억 원으로 내부거래율이 99%가 넘는다.
 
학계 한 관계자는 "가업 승계 문화가 깊게 자리잡은 식품기업의 경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며 "정부가 대규모기업집단은 물론 중견기업에 해당되는 식품 대기업들의 편법적 행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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