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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물고기 이야기)맛도 이름도 다양한 남도맛의 진수 '홍어'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 임양재 박사

2016-07-22 08:00

조회수 : 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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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만큼 다양한 이름 가진 어류가 있을까? 예부터 '본초강목'에서는 태양어(邰陽魚)라 했고, 연잎을 닮았다고 해서 하어(荷魚), 생식기가 괴이하게 생겼다 해서 해음어(海淫魚)라고도 불렸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 임양재 박사
 
우리나라에서 상업적으로 중요한 홍어류는 '참홍어'와 '홍어'가 있다. 참홍어는 일반적으로 홍어로 알려져 있으나 동해 울릉도에서는 참가오리로 불린다. 홍어는 참홍어에 비해 몸집이 작아 대체로 간재미라고 한다. 충남에서는 갱개미, 경북에서는 가부리, 나무가부리, 전남에서는 홍해, 홍에, 공동무치 등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어류 중 하나다.
 
참홍어와 홍어는 수심 20~120m에 서식한다. 참홍어의 산란기는 7~8월을 제외한 연중(주산란기 4~6월, 11~12월)이다. 홍어의 산란기는 가을에서 이른 봄(주산란기 11~12월)이다.
 
두 종 모두 난생이다. 알을 알집인 난각 속에 넣어서 수초나 바위에 붙인다. 홍어는 보통 난각 안에 1개의 알이 들어있고, 참홍어는 4~5개 정도 들어있다. 참홍어의 경우 난각을 낳을 수 있는 체반폭의 기준은 65.8㎝이고 연령은 4세 정도다. 난각은 10일 간격으로 2개를 낳으며 치어는 난각 속에서 노른자위를 영양분으로 6~9개월 정도 지내다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면 난각 밖으로 나온다.
 
한 번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알을 낳는 보통의 어류와는 다르게 1회에 낳는 알의 수가 적은 참홍어는 재생산력이 매우 낮은 데다 미성어의 남획과 어장의 황폐화, 어장환경의 변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자원량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연근해의 참홍어 어획량은 1992년 약 3300톤에서 최근 500톤 이내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2008년부터 참홍어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의 대상어종이며,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도 참홍어를 취약 종으로 등록할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홍어류는 다른 어류와 다르게 진화했다. 바닷물 속에서 삼투압 조절을 위해 근육 속에 요소와 요소 전구물질이 많이 들어있다. 참홍어에는 우리 몸에 이로운 베타인(betaine)과 타우린(taurine)도 있으며, 칼슘의 함량이 높다. 특이하게 요소의 함량이 높은데 홍어 살 100g 중에는 약 2.6g의 요소가 들어 있어 참홍어가 죽으면 몸에 함유된 요소가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적인 냄새를 낸다. 항아리에서 오래 발효시킬수록 톡 쏘는 매콤한 맛이 강해지고 살이 부드러워지는 이유다.
 
홍어는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먹는 방법 또한 여러 가지다. 홍어는 삭히지 않고 회, 회무침 또는 말려서 찜으로 먹는다. 홍어 살과 부속물을 넣어 끓여먹는 홍어탕도 시원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참홍어 요리로는 단연 삭힌 홍어인데 본래 흑산도 사람들은 삭히지 않은 싱싱한 참홍어를 즐겼다고 한다.
 
특히 겨울바람이 쌩쌩 몰아치는 겨울, 코가 뻥하고 뚫릴 정도로 푹 삭힌 홍어를 먹는 맛은 남도 맛의 진수다. 남도지방에서는 가을 이후의 잔치에 삭힌 홍어가 빠지면 그것은 곧 격이 없는 집안이고, 차린 것이 별로 없는 잔칫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또 어시장이나 수족관에서 홍어를 볼 때면 납작해서 가끔씩 뒤집혀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사람이 웃고 있는 듯 한 모습을 해 웃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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