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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스포츠문화연구소 "윤기원 사건, 경찰이 휴대폰 초기화"

"재수사 환영…부실했던 초동수사 과정 명명백백히 밝혀야"

2016-02-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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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체육계 인사들의 연구 단체인 사단법인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최근 재조명받고 있는 2011년 고(故) 윤기원(당시 23·인천) 골키퍼의 죽음과 관련해 "경찰이 윤기원 선수의 휴대폰을 초기화시키는 등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체육계 교수, 변호사,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문화연구소(연구소)는 22일 '윤기원 사망사건 초동수사 은폐의혹 진실규명과 승부조작 척결 바란다'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의견서에서 연구소는 이날 결정된 경찰의 재수사 방침에 대해 "사건 발생 후 5년이나 지나서 재조사가 시작됐지만 (재조사는) 무엇보다 환영할 일"이라며 "초동수사가 부실수사로 진행된 것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사건 은폐와 조작에 대한 정황과 그 배후까지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2011년 7월27일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이 서장에게 보고한 수사보고의 휴대전화 분석결과에 의하면 팬들과의 일상적인 문자메시지가 주로 확인되는 등 자살과 관련지을 만한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기원 부모가 휴대폰을 경찰한테서 돌려받은 뒤 부산의 한 복원센터를 찾아간 결과 문자 기록이나 통화내용이 모두 삭제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문자나 통화기록을 완벽하게 삭제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힘든 일인데 경찰이 왜 초기화시켰는지 사건 은폐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 윤기원 골키퍼의 어머니 옥정화 씨가 집필한 책 '모두의 가슴에 별이 된 골키퍼'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현장보존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 ▲경찰이 차량 내부에 지문감식이나 DNA를 채취했다는 기록이 없는 점 ▲경찰이 제시한 윤기원의 자살 정보 검색 시간에 대한 말 바꾸기 정황이 있는 점 ▲경찰이 제시한 윤기원 차량의 만남의 광장 진입 시간과 진입 이후 수사 결과가 계속 달라지는 점을 의문점으로 제시했다.
 
윤기원 골키퍼는 인천유나이티드에서 한창 주전으로 자리잡던 2011년 5월6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차량에서 타다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다며 일산화탄소 중독에 따른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윤기원 골키퍼 부모와 일각에선 '타살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러다 지난 17일 KBS '추적60분'이 당시 경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사건은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여론의 반향이 커지자 최근 서울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건 전담팀을 꾸려 재수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정화 씨는 "그간 외면받았던 상황에서 어렵게 이번 TV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아들의 죽음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서 "자살로 인정될까 봐 사망신고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분명한 수사만이라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22일 故 윤기원 골키퍼의 사망 사건을 다룬 KBS 추적60분 '죽음의 그라운드-윤기원 그는 왜 죽었나?‘ 방송 화면. 사진/방송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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