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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수입차 올해도 질주..AS 장벽 걷어낸다

2015-01-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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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광풍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 100대 중 14대가 수입차였다.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면서 터주대감인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70%대까지 끌어내렸다.
 
수입차는 올해도 이 같은 여세를 몰아 국내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특히 그간 수입차 구매를 망설이게 했던 사후서비스(AS) 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지적 대상이었던 비싼 부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지막 장벽마저 걷어질 경우 국산차의 위기감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전성시대..질주는 이어진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이 20만대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자동차 판매량(신규 등록 대수 기준)은 19만6359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5.5% 늘었다.
 
판매대수가 늘면서 수입차 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다. 1987년 불과 0.004%였던 수입차 점유율은 2002년 처음으로 1%대에 진입했다. 그러다 2008년 6.0%, 2012년 10.0%, 지난해 14.2%로 급증했다. 2003년 이후에는 2009년 한 해를 제외하고 11년간 연속 기록을 경신하는 등 성장세가 놀랍다. 더 이상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화에 성공했다.
 
◇국내시장 수입차 점유율(1987~2004년((자료=한국수입차협회)
 
이처럼 수입차가 꾸준히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해 수입차가 국산차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그동안 고가 차량이 주도했던 수입차 시장에서 가격대를 낮춘 실속형의 차량이 대거 증가하면서 소비자 폭을 확대했다. 국산차와 비교해 수입차의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데다, 개성있는 디자인의 차량 또한 많아서 젊은층의 구매도 늘고 있다.  
 
통계도 이 같은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해 연말 소비자 4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입차 구입 의향률은 21.2%로 4년 만에 두 배 늘었다.
 
올해도 수입차 업체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국내 경제의 완만한 회복 속에 자동차 판매량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국내 자동차 시장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167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대수는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성장률 면에서는 초라하다 못해 우울하다. 국산차는 지난해 6.5% 성장에서 올해 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반해 수입차 시장은 약 15% 증가한 22만6000여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입차의 거센 공세 앞에 국산차가 힘겹게 방어하는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입차의 공세로 틈새 공간이 열린 르노삼성과 쌍용차 등의 입장에서는 기회일 수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최대 장벽으로 불렸던 AS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비 비용과 부품 가격이 비싸고, AS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수입차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또 동네마다 AS 거점이 마련된 현대·기아차의 서비스망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취약했던 것도 현실.  
 
마케팅인사이트에 따르면 수입차를 사려고 했던 소비자들이 구입을 포기하는 걸림돌 2위로 AS가 올랐다. AS 때문에 수입차를 사지 않았다는 응답이 2007년 2.0%였던 데 비해 지난해 10.0%로 늘었다.
  
◇수입차 발목잡는 'AS·비싼부품'..자구책 고심
  
수입차 업체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부품가 인하를 위한 투자에서부터 사고차 접수, 일반정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센터 확충까지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BMW그룹 코리아가 58개로 가장 많은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 다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34개), 포드코리아(27개), 아우디코리아(25개), 푸조·렉서스(각각 22개), 재규어(16개) 순으로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센터를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BMW그룹(20개), 아우디(15개), 볼보(3개) 등이 이미 서비스센터 확충 계획을 밝혔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다.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국 곳곳에 직영 서비스센터를 마련하고 있는 데다, 협력 서비스센터까지 아군으로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수입차 업체들의 서비스센터는 현대·기아차의 10% 수준도 안 되는 상황.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에는 서울·경기 위주로 서비스센터가 밀집됐지만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때문에 지역을 불문하고 서비스센터를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보자동차의 새로운 전시장 외관과 인테리어 모습(사진=볼보)
 
이와 더불어 수입차 업체들은 부품가격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자구노력도 진행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품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부품 약 4300여개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최대 28%, 평균 4.6% 낮췄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수입차 중 가장 큰 규모의 부품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센터 규모를 2만500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아우디 코리아도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1만4500㎡ 규모의 부품 물류센터를 세워 부품 보유량을 이전보다 2배 늘렸다.
 
국산차에 비해 다소 높은 차량 유지비 절감을 위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BMW그룹은 신차 구입일로부터 5년 또는 주행거리 10만km까지 주요 소모품의 교환이나 차량 정기 점검 서비스를 무상 제공한다. 포드코리아도 소모성 부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식 링컨 차량을 2년 동안 6만km를 운행한 고객이 대상이다.
 
닛산은 최근 무상점검 서비스를 비롯해 와이퍼 블레이드·배터리 등 소모품 제품을 대상으로 10~50%의 할인을 제공했다. 인피니트는 차량 관리에 필수적인 소모성 전 부품을 무상으로 교환해 주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단순히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는 수준을 넘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면서 "그 일환으로 고객 대상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AS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산차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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