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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축구대표팀에 부는 '중동파' 바람

2014-11-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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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국내 축구 선수들의 중동 이적이 이제는 축구대표팀에서도 하나의 축이 됐다.
 
언뜻 중동을 떠올리면 여전히 지리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먼 곳으로 인식되나 축구에서만큼은 중동의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다.
 
3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발표한 대표팀 명단을 살펴보면 22명 중 6명의 중동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포함됐다.
 
특히 과거 수비수와 미드필더에 이따금 보였던 '중동파'들이 이제는 공격수 자리까지 확대된 모습이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도 남태희(레퀴야), 조영철(카타르SC), 이근호(엘자이시), 박주영(알샤밥) 등 4명의 공격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는 K리그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 숫자다.
 
이번 명단에서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중 K리거는 차두리(서울)와 한교원(전북) 2명 뿐이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는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마인츠),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등 6명이다.
 
수비수 곽태휘(알힐랄)와 미드필더 한국영(카타르SC)에 대기 명단에 있는 이명주(알아인)까지 더하면 중동파는 7명이 된다. 유럽에서 뛰는 '유럽파'보다 1명 더 많아진다. 단순히 '해외파'라고 하면 유럽파를 떠올리던 축구팬들의 인식도 바뀔 전망이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
 
이번 대표팀은 오는 14일 요르단과 18일 이란전에 나선다. 모두 원정 평가전이기에 중동 현지에서 뛰는 선수들이 적응에 이로울 전망이다. 현지에서 바로 합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적응'이라는 관점에서만 보고 뽑힌 것도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의 기량 점검을 마친 선수들이다. 조영철은 지금까지 슈틸리케 감독의 '제로톱' 전술을 가장 잘 소화한 선수로 꼽힌다.
 
이근호는 브라질월드컵에서 1골1도움을 올리며 최근 국제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 공격수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처진 공격수 자리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으며 최근 리그 1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중동파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박주영 때문이다.
 
과거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렸던 박주영은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달 1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갔다. 그의 선택이 K리그가 아닌 중동 무대였다는 점에 축구계는 다소 놀랐다. 박주영은 현재까지 리그 3경기에서 2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1골을 넣었다.
 
기량 회복 조짐이 보이자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박주영을 다시 불렀다.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부상으로 빠진 것도 한몫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 직전 소집이라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했다"며 "정보를 듣는 것만으로는 박주영을 판단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직접 불러 확인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샤밥에서 뛰고 있는 박주영. ⓒNews1
 
이번 대표팀 선발 명단에서 보듯 이제 중동 리그는 은퇴 전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니다. 충분히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태극마크도 달 수 있는 무대로 달라졌다. 지금 당장 높은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다.
 
선수들의 중동 이적 중 가장 큰 원인은 세금 문제를 들 수 있다. 중동 리그는 세금이 면제돼 실제 소득이 높다. 이 때문에 활동 기간이 짧은 축구 선수들에겐 무시할 수 없는 무대다. 게다가 이제는 대표팀에도 얼마든지 뽑힐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곳으로 더욱 인식이 달라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축구 선수 중 세금을 제외한 연봉이 가장 높은 선수로는 2010년 카타르 리그로 이적한 이정수(알사드)가 꼽혔다. 이정수는 약 38억원의 실제 연봉을 받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과거 이영표 해설위원도 선수 시절 막판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힐랄에서 뛰며 약 18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중동 리그 이적이 한국 축구의 전체로 봤을 때는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K리그보다 수준이 낮고 축구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곳에 가봐야 더 큰 무대로 진출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축구에 정통한 존 듀어든 ESPN 칼럼니스트는 "나이를 떠나 돈은 프로축구에서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카타르 리그 등 중동으로 떠나는 것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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