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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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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글로리 디자인실을 가다..컴퓨터로 만드는 '아날로그 세상'

2014-08-13 10:17

조회수 : 8,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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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10평 안팎의 공간. 옹기종기 모여 있는 5개의 책상과 회의용 테이블, 책상 한편에 놓인 전화기, 책, 결제 서류, 선풍기까지. 여느 사무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한쪽 벽면에 놓인 원단 상자와 차곡차곡 쌓인 미완성 제품들, 회의용 테이블 가장자리에 놓인 가위, 자, 풀 등 정리가 채 되지 않은 모습은 번잡함을 줬다. 또 한쪽에서는 컴퓨터로 그래픽을 작업 중이고, 다른 직원은 종이를 오리고 모양을 맞추고 있다. 
 
이곳이 바로 모닝글로리의 작은 심장, 디자인연구소의 인라이프팀이다. 텀블러, 카드지갑, 파우치, 중·고생용 방석 쿠션 담요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탄생하는 산실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지만, 작은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8월 중순의 낮 기온보다도 뜨거웠다.
 
◇모닝글로리 부설 디자인 연구소..1인 전담 시스템 
 
지난 1996년 설립된 모닝글로리 부설 디자인연구소는 중·고등 노트를 만드는 디자인 트렌드팀과 스케치북, 스프링 노트 등을 디자인하는 그래픽 디자인팀, 시계·텀블러·봉제필통·담요·방석 등을 만들어 내는 인라이프팀, 형광펜·전산용품·연필깎이 등을 전담하는 이노피스팀으로 구성돼 있다.
 
정규직 직원 150명 중 21%(32명)가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다. 디자인에 인력 비중이 높은 편이며, CEO 직속부서다.
 
팀별로 만드는 품목은 다르지만 모두 1인 전담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각자 맡은 아이템의 시장조사부터 제품 기획, 완제품 출시, 사후 시장조사 등 전 과정을 책임진다.
 
7년차 디자이너 송명경씨는 "물건이 대량 생산되기 전 샘플을 보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며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방석은 실제 중국으로 가 직접 디자인·컬러 등을 확인하고 생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입사 전에는 디자인만 전공한 터라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제품 생산 중간 중간을 챙기다 보니 제품이 왜곡되지 않고, 기획한 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로 만드는 아날로그 제품들
 
모닝글로리의 블루베어, 핑크베어, 바부, 미니, 까미 등의 캐릭터부터 다양한 일러스트까지 모든 제품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들어진다.
 
풍경, 동화, 기존 캐릭터, 잡지 등을 통해 받은 영감을 20.1인치 모니터 속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으로 생산해 낸다. 생각의 단편들이 마우스를 통해 재구성돼 쿠션, 방석, 슬리퍼, 필통, 보조가방 등으로 만들어진다.
 
◇일러스트레이터를 작업 중인 송명경 디자이너. (사진=이지은기자)
 
요즘은 캐릭터 유행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일회성 일러스트 작업이 주를 이룬다. 회사 관계자는 "캐릭터는 성격을 입혀 연속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예전만큼 캐릭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디자인의 연속성보다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제품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의 완성은 컴퓨터로 이뤄지지만, 준비 단계에서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꾸준히 진행한다. 특히 학교 앞에 찾아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보완점을 메우는 등 직접 소비자인 학생들의 반응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또 제품 간 디자인의 크로스오버도 활발한 상태다. 노트에서 반응이 좋은 디자인들을 생활용품 등에 적용한다. 시장의 검증을 받은 디자인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닝글로리의 생활용품과 필기구. (사진=모닝글로리)
 
◇'脫 모닝글로리' 보다는 품질 강화에 초점 
 
5년 전부터 모닝글로리가 강화하고 있는 분야는 생활용품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14% 정도인 비율을 향후 20%로 확대하는 목표도 세웠다. 
 
문구제조업체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생활용품 부문이 학생용 제품으로 굳혀질 수 있다는 것이 고민이다. 모닝글로리 측은 "브랜드 인지도를 생각하면 회사를 강조하는 것이 맞지만, 제품 사용의 연령대 확대를 고려하면 숨겨야 할 거 같고, 고민이 많이 된다"고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때문에 회사 측이 타사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품질이다. 1인 전담 시스템을 통해 디자이너가 사후 관리까지 관여하는 것도 품질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모닝글로리는 디자이너 1인 전담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사진=이지은기자)
 
더불어 품질관리팀을 둬 제품에 엄격한 잣대를 제시한다. 샘플을 검토하고, 제품 생산 후 살피고, 입고되는 과정에서도 또 한 번의 품질 검사가 이뤄진다. 품질 때문에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제품철학이 오늘날의 모닝글로리를 있게 했다.
 
송명경 디자이너는 "지난해 담요 소재 중 인기 있는 것이 '양털'이었는데 털이 잘 묻어나는 것이 문제였다"며 "다른 업체들은 제품의 인기가 좋으니 팔았지만 우리는 제품 모두를 철수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난해 재질 문제로 판매가 불발됐던 양털 소재 담요는 올해 업그레이드된 소재로 판매될 예정이다.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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