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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초점)리비아 사태 "끝이 안 보인다"

2011-02-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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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홍지영기자] 튀니지의 '재스민혁명',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축출 등에 힘입어 예맨, 이란, 바레인, 지부티 등에서도 폭력시위가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북아프리아 국가 리비아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 리비아 반정부 시위, 출발점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의 이러한 반정부 시위는 수렁에 빠진 경제, 정치적 탄압, 수십년간의 독재 정치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리비아 사태 역시 42년간 철권 통치를 일삼아온 카다피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세계적인 원유 매장국이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생활고 등이 민주화 열망을 부채질 한 것으로 보인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는 지난1969년9월1일 육군 대위 신분으로 리비아 제2도시인 벵가지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인물이다. 
 
당시 국왕이었던 이드리스 1세가 해외여행을 떠난 사이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장악한 후 40년이 넘도록 헌법도 없이 독재 정치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인접국인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주화 혁명이 성공하자 리비아 정부가 인터넷을 완전히 차단하고 외국 취재진의 입국을 금지하기에 이르면서 발발 조짐을 보였다.
 
그러던 중 지난15일 반 카다피 도시인 벵가지에서 파티 테르빌 인권 변호사가 체포되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가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 리비아 사태 '점입가경'
 
알 자지라 아랍방송에 따르면 현재까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만 최소 250명이 사망했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권력 이양 예정자)은 "앞으로 수 백명의 시신 앞에 눈물을 흘리는 피바다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며 "어떤 식으로든 군 병력을 통해 모든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밝히면서 시위대를 더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크 반데발 '현대 리비아의 역사' 저자는 "이번 사태는 협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어떤 방향으로 가든지 많은 혼란과 유혈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가 불안에 휩싸이자 국제 유가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리비아는 전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 8850만 배럴 중 16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산유국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에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정국으로 인해 정상적인 시추작업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6.2% 오른 배럴당 95.3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은 조직폭력배와 범죄자들을 동원해 리비아 내 원유를 모두 태워버리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자 리비아에 모여있던 국제 석유 회사들도 하나둘 씩 자리를 뜨는 모습이다.
 
다국적 에너지기업 로얄 더치 셸은 리비아 거주 직원과 일가족에 대해 피난 명령을 내린 상태고, 노르웨이 스타트오일 ASA는 회사 운영을 중단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피시켰다.
 
다니엘 바이만 죠지타운 대학교 교수는 "리비아 사태는 이집트나 튀니지 사태보다도 훨씩 안화된 모습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의 관건은 카다피 정권이 국민의 목소리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반정부 시위가 더 강력해질 것인가의 문제다"고 덧붙였다.
 
◇ 위기의 카다피체제
 
리비아 제2도시이자 반 카다피 도시인 벵가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 물결은 지난20일을 기점으로 수도 트리폴리까지 번진 상태다.
 
사회 지도층들에 이어 일부 군 병력도 시위대열에 합류하는 양상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카다피 체제가 사실상 흔들리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무스타파 압둘젤리 리비아 최고 사법부 판사가 시위 참여를 위해 사임을 선언한데 이어 아랍연맹 리비아 대표도 시위대 편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중국, 인도, 영국, 인도네시아 등 리비아 각국 대사들도 속속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다니엘 바이만 죠지타운 대학교 교수는 카다피 체제가 절벽 끝에 선 셈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사회 엘리트 층이 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신호다"고 말했다.
 
이브라힘 다바시 리비아 주 UN부대사 역시 현 정국을 '대학살' 사태로 규정하며 "지금으로선 평화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며 "지금은 리비아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할 때지 카다피 정부의 말을 따를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파견한 군 병력에서도 변절 움직임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50명의 군인과 장교가 시위대 사살 명령 거부했다.
 
이브라힘 자하드 리비아 야당 의원은 "벵가지의 일부 군인들이 시위대에 참여해 시위대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다피 대통령이 "리비아는 튀니지, 이집트와는 다르다"며 "마지막 총탄이 떨어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말로 권력에 대한 집착을 비춘 상태에서 리비아 사태는 당분간 더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토마토 홍지영 기자 hongji0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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