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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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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보다 더 큰 문제

2024-04-17 07:02

조회수 :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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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됐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사람들 뇌리에 박힌 것은 '대파 논란'이 아닌가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습니다. 대파 가격표를 보며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대다수 국민은 이를 단순한 말실수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현실도 모르는 우둔함으로 인식했습니다. 하나로마트를 찾은 이유가 '민생 점검'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저마다 인생에 물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치솟는 물가보다 더 우려되는 게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입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간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코로나19가 종식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소외감'을 느꼈습니다.
 
사회적 고립감 지표 중 하나인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에 답한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전년(12.6%) 대비 0.4%포인트 늘어난 13.0%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롭다'고 답한 비중도 18.5%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신체적·경제적·정신적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습니다.
 
우리 주변에 10명 중 1~2명,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치솟는 물가에 혼자 허덕이고 있는 겁니다. 시공간 제약 없이 디지털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말입니다.
 
총선을 돌아보면 '독거노인'에 관한 정책은 보지 못했습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죄다 민생, 물가, 집값, 반도체 등만 언급했습니다.
 
매스컴에 뉴스로 내보낼 수 있는 주류 얘기를 했을 뿐입니다. 독거노인을 위한 직접적 정책은 아닙니다.
 
저는 독거청년입니다. 매일 아침 혼자 알람 소리를 듣고 출근합니다. 잠들기 전 천장과 인사합니다.
 
합계출생률 0.6명 시대에 가족을 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사는 제 삶이 독거노인과 다른 건 지표상 생산연령인구로 묶이는 것밖에 없습니다.
 
제가 독거노인이 됐을 때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죽음을 앞두고도 서로 옆 사람보다는 오래 살겠다고 각자 발버둥 치고 있지 않을까요.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이 비웃음으로 돌아오는 세상에 충분히 가능한 상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만든 어른을 탓해야 할지, 세상에 순응한 제 또래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개인과 개인을 갈라놓는 관념이 갈수록 빠르게 확산한다는 겁니다.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듯 서로서로 짓밟고 올라섭니다. 내가 꼭대기에만 올라선다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피라미드 1층부터 지배합니다.
 
서로를 깔보는 도구는 많습니다. 외모, 학벌, 지역, 연봉, 주거 형태. 하다못해 별스타그램 '팔로워'나 '좋아요' 수까지.
 
뭐라도 남보다 뛰어나면 됩니다.
 
과연 지금 3% 넘긴 물가를 2%대로 잡으면 세상이 나아질까요. 아니 개인주의가 팽배하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본인 삶이 나아질까요.
 
위, 아래, 옆 다 보지 말고 스스로 진지하게 다시 물어봅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간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사회적 고립감 지표 중 하나인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에 답한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전년(12.6%) 대비 0.4%포인트 늘어난 13.0%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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