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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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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이 침공한다면

2024-04-11 17:41

조회수 :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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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가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중국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SF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던 저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책까지 구매했습니다. ‘삼체’는 물리학 용어로 삼체문제를 의미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태양이 세 개인 행성과 그곳에 사는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삼체의 외계인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전지전능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인간은 '벌레'에 불과합니다. 400년후에 너희 행성을 침공하겠다고 선포까지 합니다. 삼체 등장하는 다양한 역사 및 물리학적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그보다는 여러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다는 점에 매료됐던 것 같습니다.
 
400년 후에 삼체가 침공한다는 이야기에 세상은 혼란스러워집니다. 삼체를 추앙하는가 하면 폭동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400년 후를 대비하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장군과 그를 따르기로 한 과학자를 두고 주변인들은 400년 후가 무슨 소용이냐고 합니다. 400년 후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게 옳으냐고. 우리가 애를 낳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마치 사회운동을 연상케 하는 장치입니다. 우선 삼체의 줄거리가 기후위기와 상당부분 맞닿아있습니다. 기후위기는 400년이 아닌 40년 후, 4년 후인 당장의 이야기라서 명확히 대입하기는 어려운데요. 삼체가 지구를 옥죄어가는 모습은 결국 현재의 이야기니까 그렇게 먼 이야기도 아닐 겁니다.
 
삼체에 맞서기로 한 이들에게는 이 일이 400년 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지금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동료와 가장 아끼는 친구들이 삼체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명이 죽을지 모릅니다. 때문에 삼체를 저지하는 일은 400년 후의 '후손'을 위해서가 아닌 셈이죠.
 
독립운동, 민주화운동부터 시작해 사회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가들이 항쟁한 대상과 그들의 항쟁 자체가 결국에는 민주화, 민주주의를 의미하고 해석과정에서 더욱 깊이가 더해지지만, 그들 개개인이 관념적인 '대의'를 위해서 투신하지는 않았습니다. 내 가족과 친구가 죽고, 억울하게 억압당하는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삼체에 대항하는 과학자들 역시 400년 후의 전쟁이라는 추상적이고 먼 이야기, 관념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그들의 동기는 아주 개인적이기도 합니다. 모두 현재를 살고 있고, 자신의 삶 속에서 가장 급박한 이슈로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는 셈이죠. 누군가에겐 관념이나 이념처럼 보이는 문제가 사실은 당사자에겐 현실적인 생존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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