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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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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우선주 ‘쑥쑥’…주가 괴리율 크게 좁혀

연초 이후 20→13%대…의결권에 가린 배당권 부각

2024-03-0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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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지난달 29일 장마감 동시호가. 삼성전자 우선주에 맥쿼리증권 창구로 74만5852주의 대량 순매수 주문이 유입됐습니다. 그 결과 약보합권에 머물렀던 삼성전자우는 단숨에 2200원 오른 6만32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우의 거래량 288만주 중 맥쿼리증권 창구에서 매수한 주식만 90만주였으며, 외국인 순매수는 61만주로 집계됐습니다. 
 
삼성전자우 연일 순매수
 
삼성전자 우선주를 향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이 강화되면서 보통주의 의결권에 가려져 있던 우선주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우 등 일부 우선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월 한 달 동안 단 하루만 제외하고 삼성전자우를 매일 순매수했습니다. 1월까지 포함할 경우 2개월간 5영업일을 빼고 순매수를 기록한 것입니다. 삼성전자 보통주도 2월 중 306만주를 순매수했으나 매도를 쏟아낸 날도 여러 번 있던 것을 감안하면 우선주와는 확실한 온도차가 있습니다. 
 
2월29일 장마감 시간에 나온 주문 역시, 이날 삼성전자 우선주에만 해당하는 특별한 호재성 소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으로 우선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와중에 나온 일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증시는 배당 등 주주환원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미약해 오랜 기간 우선주가 저평가받는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우선주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받을 권리가 있지만, 기업의 배당이 의결권 가치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적다 보니 우선주들이 저평가됐던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의결권보다 배당, 이제 빛 보려나
 
하지만 기업 밸류업 정책으로 배당 규모가 커진다면 의결권에 가려져 있던 우선주의 배당권이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우 매수도 그에 따른 행보로 풀이됩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배당기준일을 2월 이후로 미룬 다른 기업들과 달리 예년처럼 지난해 말을 배당기준일로 유지했습니다. 배당기준일에 닥쳐 지금 우선주를 대량 매수할 이유는 따로 없습니다. 이는 역으로 외국인들의 우선주 매수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단기 호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주주환원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2월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8조원 넘게 매수했습니다. 가장 많이 매수한 주식은 현대차이며, 그 다음으로 SK하이닉스, 삼성물산, 그리고 삼성전자우를 많이 사들였습니다. 삼성전자는 7위로 보통주보다 우선주를 더 많이 매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의 연일 순매수에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의 주가 괴리율도 크게 좁혀졌습니다. 올해 첫날 20.85%였던 괴리율은 꾸준히 하락해 2월29일 기준 13.35%로 축소됐습니다. 올해 삼성전자보다 삼성전자우의 주가가 더 올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주주 권한 행사가 제한된 우선주의 할인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향후 지배권보다 배당권이 확대되는 경향이 반영될 경우 우선주 할인율이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금융주 쉬는 사이 반도체 앞장
 
외국인의 삼성전자우 매수 배경엔 반도체 주식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포함돼 있습니다. 기업 밸류업이 테마로 번지면서 한 달 넘게 증시를 주도했던 금융주들이 쉬어가는 사이 반도체 섹터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다시 주목받으며 앞장선 것입니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신고가 행진 중인 엔비디아 덕분에 국내에선 HBM3에 대한 주목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사실 엔비디아나 HBM3와 관련해선 삼성전자보다 엔비디아에 납품 중인 SK하이닉스가 주인공인데, 결국 삼성전자도 곧 뒤따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총 시즌을 맞아 거버넌스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투자기관들과 일반 주주들의 주장에도 삼성전자 우선주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달 전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 기업들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들이 주주에 우선가치를 둬야 한다면서 삼성전자 우선주를 예로 들었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보유현금 92조원 중 50조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전량 매입한 뒤, 이중 20조원어치 주식은 소각하고 나머지 30조원어치는 미국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지난해 신영증권은 우선주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후 진행 중입니다. 현대차 역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주환원이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보통주보다 우선주가 주목받는 현상은 조금 더 지속될 전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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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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