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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된 효성 ESG경영…지배구조 개선 ‘역행’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ESG등급 평가 지배구조 항목, 모두 ‘하락’

2023-07-06 06:00

조회수 : 6,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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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연석·배덕훈 기자] 효성이 2년 전 약속한 ‘투명·정도경영 강화’ 선언이 공수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지배구조 개선 지표 준수율은 하락했고, 총수 일가는 여전히 과다 겸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효성은 지난 2021년 4월 지배구조 개선을 담당하던 투명경영위원회를 확대 개편, ESG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조현준 회장은 “환경보호와 정도경영, 투명경영을 확대하고 협력사들과 동반성장함으로써 주주들과 사회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100년 기업 효성’”을 다짐하는 등 확고한 변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효성이 발간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 각종 지표에 따르면 효성의 지배구조는 개선은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입니다. 
 
효성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하락효성의궁색한 변명
 
지난 5월31일 효성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효성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은 총 15개 중 8개 항목을 이행, 53%의 준수율을 보입니다. 이는 60%의 준수율을 보였던 직전년도보다 하락한 수치입니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항목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효성 측은 이에 대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은 분리되어 있지 않으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높기 때문에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직전년도 보고서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 후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하여,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밝힌 부분을 보면 이번 해명은 다소 궁색한 게 사실입니다.
 
2022년 효성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사진=효성 제공)
 
지배구조 개선 실패는 외부 평가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 ESG기준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ESG 평가 등급에 따르면 효성은 2022년 ‘지배구조(G)’ 항목에서 ‘B등급’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B+)보다 하락했습니다. ESG경영위원회를 세우고 투명·정도경영을 천명한 이후 오히려 지배구조 개선에 역행한 모양새가 된 셈입니다. ‘B등급 이하’는 취약군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더해집니다. 
 
효성 지배구조 개선 막는 고질병…총수 일가의 ‘과도한 겸직’
 
이전부터 계속해서 지적받았던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과도한 임원 겸직도 효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막는 대목으로 꼽힙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ESG경영위원회 출범 당시 조 회장은 효성의 국내외 계열사 6곳, 조 부회장은 10곳의 임원을 겸직 중이었습니다.
 
이후 조 회장은 2곳의 계열사 임원직을 내려놓지만 2022년 3월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효성티앤씨 사내이사에 오르며 여전히 5곳의 계열사 임원을 겸직합니다. 조 회장은 현재 효성·효성티앤씨·에프엠케이·효성투자개발 등 4곳의 사내이사와 국외 계열사 1곳의 임원을 맡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 역시 같은 날 핵심 계열사 효성첨단소재 임원에 선임되며 겸직 숫자가 늘었습니다. 조 부회장은 현재 효성·효성첨단소재·에프엠케이·신화인터텍 등 4곳의 사내이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감사, 효성티앤에스 기타비상무이사 그리고 국외 계열사 5곳 등 총 11곳의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 부회장의 겸직 숫자는 다른 30대 대기업 총수 일과와 비교해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13개 직책을 겸직하고 있는 SM그룹 우오현 회장 다음으로 많은 겸직 숫자입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오른쪽),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사진=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제공)
 
재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지주회사의 회장과 부회장이 계열사 임원을 과하게 겸직하는 것에 대해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고 있습니다. 현행 민법 제61조는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는 자리인데, 이러한 과한 겸직은 결국 부실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지적입니다. 또한 회사의 등기이사는 보수가 지급되기 때문에 지주회사의 보수에 더해 계열사의 보수까지 막대한 금액이 이중으로 총수 일가에게 흘러간다는 지적도 더해집니다.
 
앞서 지난 2022년 경제개혁연구소 역시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 건과 관련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조현준과 조현상은 여러 계열회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이사로서의 업무 충실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각 회사로부터 고액의 보수를 지급받는 문제도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수 일가라고 한다면 핵심 계열사 한두 곳 정도 맡으면서 그쪽에서 보수를 받고 그룹에 관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각각의 계열사에서 이사를 하면서 보수를 받는 것 자체는 사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지주사 지분이 엇비슷한 경쟁 관계로, 향후 있을 계열분리 등을 감안하면 지주사 지분을 더 사들일 자금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재벌 전문가인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일종의 사익편취”라며 “우리나라는 총수가 있는 기업들이 많은 만큼 총수의 사익편취를 막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액 주주들이 착취 당하지 않기 위해 반대를 할 수 있는 MoM(Majority of Minority·비지배주주 다수결 동의) 제도 말고는 사실상 효과적인 대책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총수 일가의 과다 겸직 지적에 대해 효성 측은 “등기임원 등재는 주요 계열사에 대한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지배구조 핵심지표 중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항목을 준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외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연석·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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