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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환상의 짝꿍

2023-02-17 08:26

조회수 : 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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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업무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곤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선에 출마하실건가요?
 
"(멋쩍게 웃으며) 아 이런 질문은 식사할때 해주시면... (일동 웃음) 제가 답변을 회피하면 출마한다고 쓰실 것 같으니까…감독기구로서 역할에 기여할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과제들이고요. 감독기구 수장을 맡은만큼 여기서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 중인거고,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답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없는데 그렇다고 총선에 안나간다고 보장하지 않는 그런 애매모호한 발언이지요. 하지만 총선 질문에 멋쩍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애매한 분위기와 표정 있잖아요.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의 총선 출마설이 끊이 없이 회자되는 것은 그의 행보 때문일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끊임없이 기자들을 구름떼처럼 몰고 다니거든요. 어딜가든 시원한 '사이다'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죠.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 원장의 연일 '은행 때리기' 합이 대단히 잘 맞아보입니다.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자, 다음날인 14일 임원회의에서 그는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고 있다. 그에 반해 국민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임원회의 당부말씀 자료에 담기지 않았던 내용이 새벽부터 기사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이 원장이 은행의 과점을 깨기 위한 방안을 임원들에게 고민해보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날(15일) 아침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면서 관련부처에 과점을 깰 방안을 마련하라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스몰라이선스, 챌리저뱅크 같은 생소한 개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금감원장이 손을 잡고 은행을 코너로 마구 몰아넣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은행의 과점을 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금감원이 할 일인지는 의문입니다.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의 환상적인 호흡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내년 계획이 궁금해집니다. 대통령과 이렇게 손발이 잘맞는 기관장 어디 있나요? 22대 총선은 오는 2023년 4월10일입니다. 1년 가량 남았네요.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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