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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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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혁신기업도 못 피하는 대기업 리스크

2022-11-11 19:43

조회수 :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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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들어오면 방법이 없죠 뭐.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어요. 오히려 이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면 저희한테 전화오더라고요. 지원이 끊길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니 부정적인 보도는 내지 말아 주세요."
 
(사진=NEP 홈페이지 캡처)
 
파주시, 광주광역시, 용인시를 오가며 올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신제품(NEP) 인증을 받은 기업 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NEP 인증을 따낸 혁신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눈에 담았다. 펌프, 유리, 엑스레이 기기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업종을 만났다.
 
이들은 혁신제품을 만들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헌신이 있었다.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다뤄야 하지만 그를 해낼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결국 대표가 직접 대학원을 다니며 관련 연구방법을 배우고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혔다.
 
혁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지만 혁신과 어울리는 청년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연구는 고사하고 생산량도 기일내 맞추지 못해 고충을 겪는 기업도 있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따로 있고 플랫폼 기업 취업을 우선하다보니 제조기업에게 청년 모시기란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때문에 대학연구실에서 킥오프한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업체의 사무실에는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많았다.
 
그나마 유지하는 것도 대기업이 진입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십수년을 연구에 매진했지만 시장 가능성을 본 대기업이 기회를 틈타 시장에 진출하자 자금, 로비, 유통망 등에서 열세인 중소기업은 하염없이 밀려났다. 한 대표는 자신이 월급을 받지 않은 지 수년째라고 했다. 부조리함을 느껴 보도하려했지만 이 대표는 한사코 말렸다. 오히려 그 보도가 역효과를 내 지금 받고 있는 여러 정책 지원마저 못 받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런 이들에게 NEP는 사업 연명에 꼭 필요한 존재이자,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회복제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 만들어낸 제품에 대한 확신을 주는 달콤한 포상이었다. 공공기관 의무구매라는 특장점이 있어 중소기업 대표들이 도전한 NEP였지만, 고달픈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건네는 일종의 위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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