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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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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4대강 전선 형성…이재명·문재인 대 윤석열·이명박

윤석열, 4대강 재자연화 폐기 선언…"이명박 4대강 보사업 지켜내겠다"

2022-02-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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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부산광역시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선이 '4대강'이라는 새로운 전선을 형성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운영 과제 중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4대강 재자연화)을 폐기할 것을 선언하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이명박정권의 4대강 파괴사업 계승이냐"고 따진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간접적으로 참전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낙동강 하굿둑이 35년 만에 상시 개방된 데 대해 "하굿둑 개방으로 낙동강 하구의 자연생태계 복원에 성공한다면, 다른 하굿둑들과 4대강 보의 개방 문제 해결에도 좋은 선례가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출범과 함께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100대 국정과제로 지목하고, 이명박정부에서 단행됐던 인위적인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자연에 맞게 재조성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2021년 기준 11개가 개방되며 수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시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에서 영상 축사를 통해 "오늘, 35년 만에 낙동강 수문이 열리고 물길이 트였다"며 "낙동강물과 을숙도를 지나온 바닷물이 만나 다시 생명을 나누게 되었다"고 반겼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2012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저 자신도 2012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 때부터 공약하고 노력해왔던 일이어서 감회가 깊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낙동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생명의 강"이라며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는 지구상의 생태계 중 생물 다양성과 생산성의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낙동강 하구는 동양 최대의 갈대숲 경관과 철새도래지로 명성이 높았다"며 "낙동강의 명물 재첩은 지역 어민들과 재첩국 아주머니들에게 중요한 소득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우리는 개발의 흐름 속에서 자연을 돌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동강 하굿둑 건설로 생활, 공업,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부산-경남 간 교통환경도 개선되었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며 "하구의 아름답던 갈대숲과 철새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기수대와 함께 재첩이 사라지고 어종과 수생식물의 다양성도 훼손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 지역에서 먼저 생태적 가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낙동강 하구의 안정적인 복원과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더욱 속도를 내며 노력하겠다"며 "무엇보다 낙동강 하구 복원이 지역주민들의 삶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재첩과 갈대숲이 되살아나고, 나루터가 복원되어 생태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8일 경북 상주 풍물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4대강 재자연 사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간접적으로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15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매니페스토 비교 분석을 위한 질의서' 답변에 따르면, 윤 후보는 현 정부의 100대 과제 중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3대 폐기 과제로 분류했다. 해당 사업은 이명박정부 때 단행됐던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11개를 개방하는 내용을 담은 하천의 재자연화 조치다. 
 
이에 5대강유역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다시 대규모 녹조라떼를 경험할 것"이라며 "최근 유해 남조류 세포 독성이 쌀 등 농산물에 축적된다는 사실도 밝혀져 녹조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농민, 강에 기대 어로 활동을 하는 어민, 그 농수산물을 먹어야 하는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가세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재자연화 폐기라니, 강물을 가두어 '녹조라떼' 독성 오염 계속하겠다는 뜻이냐"며 "이명박정권의 4대강 파괴사업을 계승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녹조에 발암물질이 발견되고, 이 물을 농수로 사용한 농작물조차 독성을 띠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냐. 아니면 모르는 것이냐"며 재차 윤 후보를 비판한 뒤, "4대강 재자연화에 더 노력하겠다"고 문재인정부의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윤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같은 날 경북 상주를 찾은 자리에서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신 보사업, 4대강 보사업을 폄훼하며 부수고 있다"며 "이 것을 잘 지켜 이 지역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문경 시민이 마음껏 쓰도록 지켜내겠다. 걱정하지 마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갖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낙동강 하굿둑 개방에 대해 "상식으로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굿둑이라는 게 개발시대의 유산"이라며 "개발시대 때는 그런 논리가 있었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새로운 대전환의 시대다. 하굿둑의 문이 열린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간다는 대전환의 상징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문 대통령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자기 공약이 실천되는 뿌듯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8일 오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거리에서 열린 '약무호남 시무국가' 순천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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