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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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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경제적 실효성 제로"…윤석열 사드 주장에 2017년 악몽 우려

북, 단거리 미사일 공격시 사드 무용지물…장사정포 타격에도 요격 난관

2022-02-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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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공약한 가운데 군사적, 경제적 측면에서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수도권 방어 체계로서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지며 한국의 대중 수출·입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사드 추가 배치"라는 한 줄 공약을 남겼다. 1일에는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했다. 성주 사드 포대는 사거리가 200㎞라 요격 범위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므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주민 2000만명을 지키려면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인천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윤 후보의 수도권 사드 방어망 구축은 군사적 실효성이 굉장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북한이 가장 많이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의 경우 고고도가 아니고 대부분 저고도로 비행하므로 40~150㎞의 고고도 요격용인 사드로는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사거리가 긴 중거리 미사일을 압록강 부근에서 높은 고각도로 발사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북한이 굳이 고비용의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을 겨냥해 고각으로 발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박근혜정부에서도 사드를 배치할 당시 수도권 방어에는 사드보다 저고도 요격용인 패트리엇이 더 유용하다고 했다. 2016년 발간된 국방백서에는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스커드 계열로 비행고도가 낮고 비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사드보다 패트리엇이 더 유용한 요격무기 체계이며 현재 중부 이남에 배치된 패트리엇 일부를 수도권으로 전환 배치할 수도 있어 수도권 방어능력도 현재보다 더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실렸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2020년 11월 초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패트리엇 등 다른 미사일방어 체계와 통합해 운용하면 사드를 추가로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단정했다.
 
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쟁시 북한의 초기 대응은 엄청난 양의 장사정포를 이용한 수도권 집중타격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간당 최대 3000발을 쏟아부을 수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가 300여문 이상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 배치된 상황에서 동시에 수십발을 날리는 능력이 부족한 사드가 이를 완벽하게 방어하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사드 추가 배치보다 북한의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미사일 전력의 강화로 억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집중하는 이유는 남한의 공격을 막을 수는 없지만 남한이 북한을 건드린다면 남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보복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다고 했을 때 북한도 같이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같이 갖게끔 하는 것이 북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9월7일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 사드 발사대가 추가 배치돼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사드 추가 배치는 군사적 실효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반발을 불러 우리 기업의 경제적 손실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16년 7월 한미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퍼졌다. 당시 최대 피해 기업은 롯데였다. 롯데는 경북 성주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의 영업정지 처분과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이 일어났고, 대부분의 롯데 관련 백화점·마트가 사실상 중국에서 퇴출 조치됐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2010년 100만대를 넘긴 이후 연평균 10%가량의 증가세로 판매량을 늘려왔지만 2016년 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 내 로컬기업의 성장이 겹치면서 판매 실적이 급감하기도 했다. 이는 후유증을 낳아 지난해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 중국시장 판매량은 53만대로, 점유율은 2.7%에 그쳤다. 삼성전자도 사드 논란과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부상으로 중국 내 입지가 축소됐다. 이에 톈진 스마트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후이저우 소재공장도 폐쇄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2017년 3월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국 단체비자·여행사의 단체관광상품 판매 금지)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감하며 여행업계 뿐만 아니라 항공, 면세점, 화장품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해 5월에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한국에 미칠 경제적 손실 규모가 8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윤 후보의 공약대로 사드가 추가 배치된다면 박근혜정부 때 겪었던 '사드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는 "중국은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이기 때문에 사드 이후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고 하는 마당"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사드 배치를 추가로 할 경우에는 한중 관계가 다시 제2의 위기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잃을 게 훨씬 더 많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1월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관계자가 요소수를 경유차량에 넣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중국 수출 뿐만 아니라 수입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원자재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사드 추가 배치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홍 교수는 "요소수 같은 경우도 (어려울 때) 우리가 이야기를 해서 중국에서 쉽게 풀어줬다"며 "그런데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 우리로서 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일방적으로 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윤 후보는 "현 정부가 굉장히 중국 편향적 정책을 썼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고 발언하거나, 한미동맹만을 중시하며 혐중 인식을 이용해 표 몰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무모한 사드 추가 배치 등 중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가는 혹독할 수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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