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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세영

[IB토마토]미니스톱 인수전 등판한 이마트24, 완주할까...시나리오 '세가지'

지난해까지 적자지속…매장 수도 6000개 이하로 수익성 아직

2021-12-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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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1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이마트24가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들며 빅 3에 올라서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인수전을 완주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품으면 출점제한 악조건을 뚫고 단숨에 경쟁력을 끌어올려 8000개가 넘는 매장으로 수익성 확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마트24의 경우 아직 적자에 허덕이는 데다 자금력까지 부족해 재정 조달 방안에 의구심이 커지는 만큼, 인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돈'이 될 전망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24는 미니스톱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앞서 한국미니스톱을 전개하는 일본 이온그룹(AEON)은 삼일PwC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에 착수했다. 아시아 최대 유통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온그룹은 편의점 미니스톱을 보유한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미니스톱이 지분 100%를 갖는다. 삼일PwC는 적격 인수 후보를 선정해 다음 달에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예비입찰에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 넵스톤홀딩스 등도 관심을 드러냈다. 앵커에쿼티는 최근 CJ푸드빌로부터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한 지 2년 만에 미국계 PE 칼라일에 2배 이상 몸값으로 엑시트를 추진하는 등 유통채널 인수·합병(M&A)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인수전 협상 막판 테이블까지 갔던 롯데그룹은 이번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미니스톱은 앞서 2018년에 몸값 4000억원 수준에 매물로 나와 롯데와 막판 협상을 벌이다 딜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예비입찰에는 사모펀드를 제외하고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24만 유일하게 참여했다. 지난해 편의점 점포 수 기준, BGF리테일(282330) CU는 1만4900여개, GS리테일(007070) GS25는 1만47000여개, 세븐일레븐은 1만600여개로 나란히 1, 2, 3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올해 3분기 기준 점포 수 5701개로 업계 4위로 상위 업체와 매장 숫자 규모에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업계가 자율규약 형태로 점포 간 100m 내에 새로운 점포를 제한하다 보니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성장에 한계가 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의 2600여개 매장을 품으면 단숨에 3위 세븐일레븐을 위협하는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다.
 
수익성도 확대될 수 있다. 3분기 기준(누적) 이마트24의 매출은 1조42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2% 늘어났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도 4000만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편의점은 2~3분기가 성수기, 통상 소비자들의 야외활동이 적은 4분기는 비수기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올해도 이마트24의 연간흑자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짙다. 이마트24는 영업손실이 2018년 396억원→2019년 281억원→지난해에도 219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직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매장이 800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물류나 기타 부재료 통합구매 등 다방면의 협력이 가능해진다. 이는 곧 이마트24의 영업네트워크와 원가수익성 측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다만 변수는 '실탄'이다. 현재 미니스톱 몸값은 2000억~3000억원 사이로 거론된다. 당초 4000억원과 비교하면 실적 악화 등의 요인으로 반 토막난 금액이지만, 이마트24에게는 이마저도 버거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24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 금융자산 포함)이 190억원에 그치는 등 재정 여력이 한참 부족해서다.
 
 
 
자금이 부족한 이마트24의 미니스톱 인수 시나리오는 총 3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모회사 지원, 자체 회사채 발행, 혹은 FI와의 컨소시엄 등이 그 예시다.
 
우선 첫 번째는 이마트로부터의 자금 수혈이다. 이마트(139480)는 이마트24 지분 100%를 갖는다. 이마트는 지금까지 2014년부터 이마트24 유상증자에 수차례 참여해 약 3000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다만 지난해 2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유상증자 등 재정적 지원을 쏟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올해 들어 에스케이와이번스 야구단(1000억원), 더블유컨셉코리아(2650억원), 이베이코리아(지분 80%, 3.4조원), 스타벅스코리아 잔여지분(1.3조원(재무적투자자 FI 8630억원 포함)) 등에 연이은 투자를 단행해 재정적 여유가 넘치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사모채를 통한 자체 조달이다. 사모채는 소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이 직접 발행하는 채권으로 공모채와 비교해 신용등급이 낮아도 발행이 가능하고 공모청약 등의 과정이 없어 신속하지만, 조달금리가 다소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마트24는 그동안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300억원 사모채에 이어 지난해에는 900억원, 올해에도 500억원가량 사모채를 발행하며 운영자금을 마련해 왔다.
 
실제 이마트24의 총차입금은 2018년(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부채, 사채 포함) 600억원에서 지난해 2955억원으로 증가했고 그에 따라 금융 지출 비용도 늘어났다. 포괄손익계산상 금융비용은 2019년 64억원,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64% 증가한 105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마트24가 반복되는 차입으로 재정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마트24의 부채비율은 2018년 200%→2019년 648%→지난해 87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22%→52%→55%로 차입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세븐일레븐 인수로 채권 발행을 수 천억원 늘리면 재무안정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체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는 이마트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일부 자금을 수혈하고, 여기에 이마트24가 사모채 등을 통해 나머지를 메꾸는 방향으로 혼합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 남은 카드는 재무적투자자(FI)를 구하는 방법이다. 이마트24가 전략적투자자(SI) 입장으로 FI를 역할을 하는 PE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다. 일례로 올해 롯데는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설립하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한샘(009240)을 품었다. 패션기업 F&F(383220) 역시 센트로이드PE(FI)와 손잡고 골프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을 완주했다. 이마트24가 FI와 연합해 인수레이스를 매듭짓고 향후 수년에 걸쳐 FI로부터 지분을 다시 되사오는 형태로 완전히 미니스톱을 품는 형태다.
 
이와 관련 이마트24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예비입찰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니스톱이 지금 적자로 몸값이 많이 떨어졌긴 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워낙 잔뼈가 굵고 좋은 입지 매장 등을 갖고 있다"라며 "특히 편의점 브랜드 전환에 자금 소요 폭이 큰 상황이다 보니 (이마트24가 미니스톱 인수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얼마냐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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