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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보험사들은 훈련이 필요하다

2021-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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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최근 온라인 등에서 판매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에 가입하기 전 조심하라는 경고를 지난 3일 내놨다. 일부 보험사들이 '백신보험'이라며 광고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사실은 백신 부작용으로 꼽히는 근육통, 두통, 혈전 등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백신 접종 후 간혹 이상 반응이 나타나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바로 이런 불안심리를 이용해 보험가입을 유도한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말하자면 사회적 불안심리를 써먹는 '공포 마케팅'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정된 사례는 전체 예방접종 건수의 0.0006%에 불과하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은 지난 3월 처음 출시됐다.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불안도 고조되던 무렵이었다. 지난달 16일 기준 보험사 13곳이 판매하고 있으며, 체결된 계약은 약 20만 건에 달한다. 가입자가 이렇게 늘어난 것을 보면 금감원의 경고가 좀 더 일찍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
 
사실 한국의 보험사들이 가입자를 끌어들일 때와 보험금 지급할 때의 2중적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험금 지급에 대한 불성실함으로 인한 문제가 연달아 전해졌다. 이를테면 지난해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 가운데 4분의 1 가까이가 '지각' 지급됐다. 연합뉴스가 최근 각 보험사 공시를 찾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생명보험사의 지급 지연율은 지급액 기준으로 평균 23.84%로 집계됐다. 상반기에는 25.78%에 이르렀다. 손해보험사도 대동소이하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20.80%와 22.57%가 지연 지급됐다고 한다.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즉시연금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보험사는 물론이고,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연루돼 있다. 
 
이에 보험가입자들이 금융소비자단체와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모두 보험가입자들이 승리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생명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패배했다. 그렇지만 이는 1심의 판결이므로 앞으로 2심과 3심에서 뒤집어질지도 모른다. 워낙 소비자와 법조계를 다루는데 일가견 있는 보험사들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상대로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22개 생명보험사들의 보험금 소송 완전패소율은 지난해 하반기 10.83%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5.38%의 2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특히 한화생명은 49건의 소송 가운데 19건을 패소해 38.78%의 패소율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실적'이다.
 
물론 보험사들이 당하는 보험사기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79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9%가량 늘었다고 한다. 악덕소비자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소송을 벌여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특히 보험사기는 중대한 범죄 가운데 하나다. 선량한 소비자들에게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유발한다. 따라서 엄정한 법적 조치가 취해져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보험사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찰과상에 불과한 것이다. 반대로 보험금이 늑장 지급되든가 불완전 지급될 경우 이를 당한 피해자는 다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일반시민이기에, 보험사의 버티기로 인한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소송까지 제기되면 더욱 힘들어진다. 법정을 멀리해오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기회비용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는 또한 보험사의 신뢰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 장기적으로 보험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발전에도 해롭다. 국내에서 소비자를 쉽게 여기니 해외에서는 신뢰받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보험사들은 보험소비자에 대한 지금까지의 태도를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송을 제기할 경우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소비자와 분쟁이 잦은 보험사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해야 한다. 그런 타율적 규제의 손길이 닿기 전에 보험사 스스로 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자유가 주어져 있을 때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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