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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미로에 갇힌 부동산정책

2021-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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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정부가 세금으로 으름장을 놔도,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매매나 전세나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7월 첫주 아파트 매매 가격은 0.26% 오르고, 전세 가격도 0.19% 상승했다. 상승폭은 2019년 12월 셋째주 이후 가장 크다고 한다.
 
이날 조사는 부동산원이 표본을 3배 이상 늘린 뒤 나온 첫 결과다. 월간조사의 표본은 아파트 1만7190곳서 3만5000곳으로 늘어났고, 주간 조사도 9400곳에서 3만2000곳으로 확대됐다.  실상이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의 뼈아픈 비판이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30일 서울 아파트단지에 대한 시세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79%(30평 기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주장해온 상승률 17%를 보다 몇 배 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4년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86% 상승했다. 경실련 지적대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17%에 불과하다면 공시가격이 86%까지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가 상승률을 애써 낮췄다는 의혹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정부 쪽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사실 정부가 제시해온 상승률에 의거한다면 그토록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었다. 4년간 17%라면 단순 계산으로 연평균 4%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니 너무 올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20여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면서 투기를 막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나마 그 모든 대책들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는 정책의 약효도 떨어져서 속수무책이 된 것 같다. 정부 당국자들이 자신감을 상실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말로 대신하려는 것 같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회재정부장관에 이어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도 빚내서 주택을 구입했다가 2~3년 후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경고의 의미도 담긴 당부의 말씀이라 여겨진다. 옳은 지적이다. 노 장관의 지적대로 무리하게 대출받아서 집을 샀다가 나중에 자산가격 재조정이 일어나면서 힘들어진다. 따라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와 돈이 흘러가는 길은 따로 있다. 정부의 말을 듣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길을 정부도 닦고 보수하곤 한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이 움직이는 길도 상당부분 정부가 닦아놓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잘못된 설계도를 가지고 길을 닦았다. 그리고 그 잘못된 길을 한참이나 들어갔다. 크레타 궁전의 미로 속으로 들어간 아테네 왕자처럼 말이다. 지금 그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탈출구도 찾지 못하고 말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스스로가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를테면  2~3년 뒤 부동산가격이 폭락한다면 또다른 위기를 동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성장도 멈추고 부실채권만 쌓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역시 위험한 일이다.
 
지금의 부동산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폭락하도록 내버려둬서도 곤란하다. 거래가 활발한 가운데 가격을 하향안정시켜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말로 하는 경고나 당부가 아니다. 올바르고 정확한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올 상반기 동안 부동산 관련 각종 지표가 역대 기록들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반전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날뛰는 부동산 가격의 고삐를 잡기 위해서는 당장 '매물잠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증여를 통해 유통망에서 빠져나가는 부동산을 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양도세를 순리에 맞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존의 재고주택이 시장에 공급되고, 시장이 선순환되는 가운데 하향안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여당은 무조건 세금 올리는 것만을 능사로 여긴다. 하나의 미망이요 도그마아닌가 한다. 그런 도그마로는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매물잠김 문제조차 해결되기 어렵다. 아무래도 당국자들이 말로 때우려는 모습을 당분간 더 보게 될 것 같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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