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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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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윤석열보다 LH직원투기가 더 무서운 이유

2021-03-11 06:00

조회수 : 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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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투기 사건이 미디어를 온통 도배하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 정부와 충돌하고 유력 대선후보로 주목받는 현실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들을 위한 주택 공급과 보상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기관이 부동산 투기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천인공노할 일이다. 코로나 19 국면이 길어지면서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은 것은 검찰개혁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검찰개혁을 최우선으로 강조했고 주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충돌로 얼룩졌고 대선 역사상 유례가 없는 현직 검찰총장이 야당의 지지를 받는 유력 대선후보로 탈바꿈한 현실이다. 문재인정부의 또 하나 중요한 개혁 과제는 부동산이다. 문 대통령은 신임하는 정치인 김현미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발탁하며 부동산 정책 개혁을 위한 고삐를 더욱 죄었다. 그러나 결과는 LH직원투기로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윤 전 총장과 LH직원의 광명과 시흥 신도시 투기의 공통점은 모두 공정, 상식, 정의와 관련된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윤 전 총장 사퇴와 LH직원투기 사건이 4월7일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슈의 주목성, 확장성. 지속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사퇴와 LH직원투기 중 정국에 더 무서운 이슈는 무엇일까. 말할 필요조차 없이 LH직원투기다.
 
윤 전 총장 사퇴는 차기 대권 구도에 묵직한 돌을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반문세력' 결집 현상이 뚜렷하다. 이슈의 주목성, 확장성, 지속성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태풍급 이슈다. 그렇지만 민생에 직격탄은 아니다. 윤 전 총장이 대권에 나갈지 여부도 알 수 없으며 지금의 정치력 영향이 지속될지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검찰개혁은 계속 관심을 끌겠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LH직원투기는 부동산에 대한 허리케인급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가라앉고 있었던 부동산 이슈가 재점화 되고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들의 격앙된 반응은 여론조사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일 실시한 조사(전국1023명 무선가상번호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6.1%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국토교통부나 LH공사 등 토지·주택 개발 관련 기관 임직원들의 주거 목적 외 부동산 소유를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물어본 결과 72.6%가 동의한다는 응답 결과로 나타났다. 당장 보궐선거와 일반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LH직원투기 이슈는 윤석열 전 총장보다 치명적인 파장이 되고 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공정'이다. 공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가치다. 특히 20~40세대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뛰어 넘는 '공정 사회'를 염원해왔다. 기득권으로 얼룩진 고도 성장의 왜곡을 혁신하는 중요한 가치로 공정은 더욱 소중한 목표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LH직원투기는 사전 정보를 통해 공적 이익이 아닌 사적 탐욕을 노린 '폭풍 일탈'이자 '도덕적 해이'의 극단적 형태로 나타났다. 더구나 가족과 지인까지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가장 불공정한 치부로 드러났다.
 
두 번째는 '상식'이다. LH는 국민들의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전문지식으로 부당한 거래와 집행을 차단하는 공적인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 될 줄 어느 누가 예상했겠는가. 일반적인 기대를 의미하는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상태다. 전문지식을 총동원하여 '토지 쪼개기', '금융권 대출', '영농 계획서'를 기획했다는 사실은 아연실색하고도 남는다.
 
마지막으로 '정의'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었다. LH직원투기는 우리 사회의 '정의'를 일거에 무너트렸다. 믿음과 기대는 붕괴되고 위선과 실망으로 가득 차 버린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상비를 노리고 '에메랄드 그린'이라는 나무를 심었다는 대목에서 자괴감마저 감돈다.
 
서울 보궐선거는 다시 부동산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고 중도층의 투표 기준은 LH직원투기에 대한 심판 성격이 될 개연성이 농후해졌다.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상상 이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나중 이슈다. 당장에 먹고 사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LH직원투기가 윤석열 이슈보다 아니 다른 모든 이슈보다 더 무서운 이유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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