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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 국민 상대 소송 패소해도 버티기"…판결 강제력 부여 논의 18년간 제자리
의무이행 소송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개정안 추진 지지부진
입력 : 2020-01-01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 사업가 A씨는 숙박업소를 짓기 위해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구청은 이를 반려했다. A씨는 행정소송을 내 최종적으로 승소했다. 하지만 구청은 2년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사업지연과 소송비용으로 크게 손해를 봤다.
 
이처럼 행정기관의 부당한 처분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좀처럼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개인이 행정기관을 상대로 승소한 경우, 판결 취지를 강제할 수 있는 '의무이행 소송 도입'을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이 18년 동안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청의 반대와 국회의 도입의지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법조계는 행정소송의 선진화를 위해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법조계가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행정소송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현재 행정소송법상에서는 법원이 "행정청 처분이 위법하다"라는 판결을 내려도 행정기관이 반드시 따라야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행정기관이 사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끄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개인은 행정청을 상대로 다시금 거부처분 취소 소송이나 부작위위법확인소송(처분을 안 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송)을 낼 수밖에 없다.  
 
법조계가 의무이행 소송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의무이행 소송이 도입되면 법원은 행정청의 위법한 거부 처분을 취소하는 동시에 판결을 이행하도록 행정청에 명령할 수 있게 된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는 행정청이 판결 취지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간접 제재를 할 수밖에 없지만, 의무이행 소송이 도입되면 법원의 판결이 이행을 강제하는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행정소송법 개정의 필요성이 처음 대두된 것은 20여전 전이다. 지난 2002년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를 만들어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에는 입법의견으로만 제출했다. 법무부는 2007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1년 다시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를 발족해 2013년 입법예고까지 이르렀지만 차관회의에는 상정하지 않은 채로 후속 조처를 중단했다. '부처 간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행정부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부처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서다. 행정청들은 법원이 판결에 대한 이행을 강제할 경우 "행정부 권한을 사법부가 침해할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행정사건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는 이미 충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영국·독일·일본·중국 등 선진국들은 의무이행 소송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1960년 의무이행 소송제를 도입하기 전부터 행정기관 처분이 위법할 경우 의무적으로 처분 이행을 명령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행정사건소송법을 개정한 데 이어 최근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의무이행 소송에 대한 논의를 우리나라가 훨씬 먼저 시작했는데 일본은 도입을 한 지 10년이 넘게 지났고 재개정까지 하려는 상황"이라면서 "만약 의견수렴 과정에서 추진이 잘 되지 않는다면 논의 내용을 투명하게 알리고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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