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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글로벌 유니콘 공장, 스웨덴과의 공조 기회
입력 : 2020-01-06 오전 8:00:00
2019년 6월, 대통령 북유럽 순방 중 스웨덴과 스타트업 협력을 진행한다고 발표가 나오더니, 몇 주 전 스웨덴 총리를 비롯한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보통 '유니콘'이라 부르는데,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 일인당 가장 많은 수의 유니콘을 만들어냈다. 스카이프, 스포티파이, 마인크래프트, 캔디 크러시 사가 등과 같은 글로벌 스타트업 브랜드를 탄생 시킨 것이다. 인구 백만명도 되지 않은 스톡홀름은 어떻게 글로벌 유니콘 공장이 되었을까?
 
스웨덴은 1인당 GDP가 6만 달러에 달하고 자동차, 철강, 제조, 전자, 중공업 등 대기업 중심의 한국 산업구조와 매우 유사한 경제를 가지고 있다. 스웨덴은 전통적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혁신활동이 매우 활발한 국가로 한국 산업발전에 선도적인 시사점을 제공해 왔다. 볼보, 사브와 같은 승용차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지만 GM과 포드에 각각 팔렸으며,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선박 제조용 골리앗 크레인은 현대중공업에 매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인터넷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스웨덴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인적, 사회적, 교육 및 기업 인프라를 만들어내면서 혁신적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스톡홀름 경제대학에서 발간한 유니콘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말 스웨덴은 정부 주도로 가정에 인터넷 PC를 임대하는 국민 PC 사업을 진행했고 음악공유 P2P 서비스인 'Napster'가 큰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이는 저작권 소유자의 동의 없이 음악 파일을 복사하고 공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불법이었지만 디지털 기술이 비즈니스 모델에 미치는 혁신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런 스웨덴의 정보기술 환경은 스포티파이와 같은 유니콘이 나오는 혁신적 토대가 됐다. 
 
게다가 스웨덴 정부는 전략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에서 스웨덴 벤처캐피탈 산업의 성장 촉진으로 전략 방향을 변경하여 Industrifonden 및 Swedish National Pension Fund와 같은 국가기관에서 소규모의 비상장 기업에 투자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 및 다국적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어서 세쿼이아 캐피탈, 클라이너 퍼킨스, 구글 등도 스웨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스웨덴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벤처캐피탈 및 다국적 기업 투자와 함께 급성장했다. 2005 년 스카이프는 eBay에 약 3조원에 인수됐으며, 나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약 10조원에 다시 인수됐다. 스웨덴 소프트웨어 회사 MySQL은 2008 년 썬마이크로 시스템에 약 1조 원에 인수했으며 현재는 오라클 소속이 됐다. 캔디 크러시 사가를 만든 킹 디지털은 2014년 7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 평가로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됐으며 2015년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모장은 약 2.8조 원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됐다.
 
스톡홀름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의 북유럽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창업-투자-성장-유니콘의 성장 선순환 체계가 구축됐다. 와튼 대학원의 스톡홀름 사례연구에 의하면, 인구 천만 명의 스웨덴의 내수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지향적이 됐다는 것이다.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 Kartik Hosanagar는 "스웨덴 정부는 정보기술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초기에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잠재적 창업자들에게 어린 나이에 정보기술을 경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인 우리나라는 스웨덴의 스타트업을 통한 개방형 혁신에 대한 연구를 면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벤처캐피탈을 통한 글로벌 스타트업 성장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성장을 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스웨덴은 국가차원에서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정부 주도로 AI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웨덴의 국가혁신기구 비노바(VINNOVA)는 2018년 AI 혁신에 대한 보고서를 출간하고 AI를 이용한 연구, 개발, 데이터 활용, 인력 교육, AI 응용 프로그램 및 테스트를 촉진하는 인프라 개발 등에 대한 기회를 모색 중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스타트업들을 통해 AI 연구 및 교육, AI 투자, AI 합작 분야의 사업 공조 기회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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