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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대학생은 임금을 받아야 할 노동자다
'학생에게 임금을' 구리하야 야스시 지음|서영인 번역|서유재 펴냄
입력 : 2016-05-23 오전 8:32:58
청년들이 살기 힘든 시대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헬조선', '흙수저' 등의 자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년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이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논의가 나온 지 10년이 다됐지만 아직까지도 텅 빈 구호에 불과하다.
 
'학생에게 임금을'은 일본의 대학과 대학생이 처한 현실을 진단한 책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적용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내용이 담겨있다. 주요 내용으로 일본의 장학금 제도를 다루고 있는데 이를 한국의 학자금 대출로 바꿔 봐도 무리가 없다. 일본의 경우 지급형 장학금이 없고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환형 장학금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공립대학보다 사립대학을 키우며 등록금의 수직상승을 사실상 방치해왔다.
 
저자의 주장은 다소 과격하다. 장학금(학자금 대출) 상환을 거부하자고 말한다. 또 정부가 통화를 발행해 학생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의 시각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것과 경제적 관점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에 반기를 들며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고등교육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인 '학생에게 임금을'은 약 50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학생운동의 슬로건이다. 당시 유럽 학생들은 대학생은 자본주의 사회라는 공장이 굴러가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점에서 저자의 주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식은 소비될 수 없는 공공재인 만큼 학생들을 소비자로 볼 수 없으며, 학생들의 지적활동은 기업의 간접자본으로 이어지는 노동이라고 말한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학생들의 노동의 대가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빚을 권장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부채경제'도 고발한다. 대학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학생들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싼 학비를 받아들이고 빚을 내도록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산업혁명 직후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을 되살려 부채 사회에 대한 러다이트 운동을 하자고 말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극단적이고 과격하긴 하지만 대학생들이 처한 불합리한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전문성 : 일본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직접 느낀 대학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일본 대학 교육 시스템의 변천과정 등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지만 결국 한 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제시한다.
 
▶대중성 : 일본의 대학교육 시스템이라는 흥미 있지는 않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각 장 사이사이 들어있는 좌담과 대담 등이 내용의 딱딱함을 완화해준다.
 
▶참신성 : 막연하게 선진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일본 교육의 민낯을 보여준다. 고발 주체가 대학생들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요약
1. 학생에게 임금을
 
대학생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받아야 한다. 이미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노동자로 살고 있고, 교육이라는 상품과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요소로 대학생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무상화도 필요한데 이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서다. 또한 무상교육은 복지가 아니다. 학생들은 수업을 받고 있는 그 시점에서 지적활동이라는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장학금 지옥
 
일본의 장학금은 상환형으로 저소득자를 위한 배려로 만들어졌다는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렸다. 현재 일본에서는 장학금 대출 규모와 함께 체납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학생지원기구는 체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채권회수업자를 통해 상환을 독촉하고 있는데 이는 장학금의 대부업화를 부추기고 있다. 
 
3. 부채학생 제조공장
 
1960년대 일본 문부성이 '대학 대중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립대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유럽이 국공립대학의 점진적 확충을 꾀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1970년대에는 고등교육에 대해 수익자부담 원칙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좋은 대학은 많은 돈을 투입해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자연스레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은행업계에서도 교육대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장학금의 유이자화가 결정됐고 1990년대에는 상환 면제 제도도 폐지됐다. 장학금의 '대출' 측면이 강화된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금액 기준으로 교육대출이 주택대출에 이어 제2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4. 불온한 대학
 
학비와 장학금 문제가 대학 수업 내용 및 학생 개개인의 생활을 변화시켜고 있다. 장학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취업 압박이 심해졌고 대학이 취직예비학교화 된 것이다. 1990년대 대학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학은 산업진흥에의 공헌과 경영효율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움직였고 실용교육을 중시하게 됐다. 실용적이지 못한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등은 자연스레 위축됐고 한 사회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학의 불온한 문는 약화됐다. 
 
■책 속 밑줄 긋기
 
빚으로 대학에 가는 것이 일반화되면 
대학을 둘러싼 상상력이 상품세계 속으로 갇혀버린다. 
원래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에 학비 무상화를 요구해도 되고, 
배워야 할 지식에 대해서도 취직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에 관계없이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동려들과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해도 괜찮다. 
그러나 대학의 금융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빚으로 대학교육이라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다.
빚을 갚기 위해 배워야 할 지식이 취직활동과 직결되어 버린다. 
 
■별점★★★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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