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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인사이트)지금까지의 '이머징 마켓' 개념은 잊어라
기존 '신흥국' 의미 퇴색…수출·지배구조·리스크 등으로 새 분류 움직임
입력 : 2015-09-13 오전 10:58:19
지난 1989년 세계은행(WB)은 신흥국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3000달러 이하인 곳으로 분류했다. 당시 300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7600달러로 25배나 증가했지만, 여전히 WB의 기준선 아래다.
 
그러나 작년 중국의 총 GDP는 10조달러 규모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피터 마버 루미스세일즈앤컴퍼니 이머징마켓부문 대표도 GDP와 인구, 경쟁수준, 국가신용등급, 정치 등 9가지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중국과 견줄 나라는 미국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과 러시아, 브라질 경제의 추락 등으로 기존 한 묶음으로 여겨진던 신흥국 사이에도 차별성이 커졌다. 시장 및 학계 전문가들은 신흥국·선진국의 이분법적 분류에서 벗어나 수출이나 지배구조 등 세부적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안후이성 의류공장 근로자들 모습. 사진=뉴시스/AP
 
기존에 통용되던 선진국과 신흥국의 기준이 무색해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도 최근 칼럼을 통해 "신흥국을 분류하는 용어들이 한때 인기를 얻긴 했으나 투자자를 위한 가이드로써는 매우 형편없었고 일관성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학계 및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히 GDP를 기준으로 국가를 분류하는데서 벗어나 수출이나 지배구조, 리스크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세밀하게는 도시 단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유동성·원자재를 축으로 매트릭스를 그려라
 
신흥국을 향하는 자금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과 원자재 수요 변화로 압축된다. 지금도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에 따른 유동성 변화, 중국의 경기둔화로 파생되는 원자재 수요 위축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클 파워 인베스텍자산운용 전략가는 이 점에 착안해 경상수지와 주력 수출품목을 기준으로 하는 2×2 매트릭스 분류를 제시했다. 경상수지가 적자인지 흑자인지, 주력 수출품목이 원자재인지 공산품인지에 따라 국가들을 4개 특징으로 나눌 수 있다. 거시경제적 특징을 축으로 삼기 때문에 같은 매트릭스에 있는 국가들은 특정 경제 사이클 하에서 비슷한 특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가장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곳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공산품 위주의 수출을 하는 나라들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대만과 한국, 싱가포르 등이 포함된다. 또 독일에 대한 수출 체인에 포함되는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비롯해 기술 분야 산업이 발달한 이스라엘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 국가들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전하고 기술집약적 수출품목이 증가하는 곳이다. 수출 증가와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글로벌 유동성 사이클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변동성과 리스크가 가장 낮은 투자처인 셈이다.
 
반대로 경상수지가 적자면서 원자재·농산물 위주의 수출을 하는 곳은 위험성이 크다. 자원에 의존해 성장하는 곳으로 물가 및 환율 상승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 경제위기에 처하는 자원의 저주, 일명 '네덜란드 병'에 빠지기 쉬운 곳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이 대표적이다.
 
원자재 수출국 중 경상수지가 흑자인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러시아 등 산유국으로 글로벌 유동성의 영향은 적게 받지만 원자재 시장 사이클 변화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상수지 적자면서 공산품 위주의 수출을 하는 곳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곳으로 멕시코와 터키, 인도, 폴란드 등이 있다. 원자재 수입국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만 글로벌 유동성 악화 국면에서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배구조'의 차이에 주목하라
 
금융위기를 겪으며 신흥국들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기존에는 다수의 신흥국이 당연히 영국·미국식의 자유주의를 선택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제 위기를 목격하며 이들은 정부의 힘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투자컨설팅업체 엑스트라트는 기업·국가의 지배구조에 주목하며 6개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힘의 균형, 소액주주의 권리보호 등이 고려됐다.
 
자유주의형(LGR·Liberal governance regime)은 자본시장의 역할이 가장 활성화 된 곳으로 미국과 영국 등이다. 협동형(CGR· Co-ordinated governance regime)은 국영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가 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해당된다. 이 두가지 유형은 대체로 기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곳과 일치한다.
 
일반적인 개념의 신흥국이 포함된 곳은 계층형과 정부주도형, 권위주의형 등이다. 계층형(HGR·Hierarchical governance regime)은 가족 중심의 기업 경영이 이뤄지는 특성이 있는 곳으로 재벌 중심인 우리나라와 인도, 필리핀, 터키 등이 포함된다. 정부주도형(SGR·State-guided governance regime)은 시장경제면서 정부의 자본통제력이 큰 곳으로 민간기업은 높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아랍 에미리트 등이 있다. 권위주의형(AGR·Authoritarian governance regime)은 상장사가 사실상 정부의 직접지배 하에 있는 곳으로 GDP 대비 자본시장의 규모가 작고 기업의 투명성도 매우 낮다.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네트워크형(NGR·Network governance regime)은 소수의 권력자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장을 장악하는 유형으로 일본과 대만이 있다.
 
에스트라트는 "대부분의 국가는 여러 지배구조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며 "지배구조 분석은 신흥국과 선진국의 이분법적 분류보다 더 깊은 분석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이 아닌 신흥'도시'로 좁혀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이머징 시장을 국가가 아닌 도시 단위로 세부적으로 접근할 것을 제시했다.
 
이미 브릭스(BRICs) 식의 이머징 국가 묶음은 외면당하고 있다. 브릭스 이후 TIPMs(터키·인도네시아·멕시코·필리핀)와 MIKTA(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 등 다양한 이머징 그룹이 제시됐지만 인지도를 얻은 곳은 없었다. 네 다섯개의 국가를 한데 묶어 보기에는 발전 양상도 속도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도시단위의 성장이 주목되는 이유는 성장 속도 자체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시절 인구는 1000만명이 되지 않았고 1인당 GDP가 두배가 되기까지는 150년이 걸렸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인구는 합쳐서 25억명이 넘고 1인당 GDP가 두배 불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각각 12년과 16년에 불과했다. 국가 단위로 이뤄지던 성장이 도시 단위로 이전되고 있는 셈이다.
 
맥킨지는 오는 2025년이면 도시 소비자들이 비도시지역 소비자보다 20조달러를 더 쓸 것으로 추정했다. 도시 인구 증가에 따른 투자 비용은 추가적으로 10조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10년동안 전 세계 440개 주요 신흥 도시가 세계 GDP 성장분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주요 신흥 도시에는 중국 광둥성의 포산과 브라질의 남부 항구도시 포르투 알레그레, 인도의 상업도시 수라트 등이 포함됐다. 생소한 지역이지만 이들은 인구 400만명 이상의 도시로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수라트는 인도 면직물의 5분의 2 이상을 생산하고 있고, 포산은 GDP 기준으로 중국에서 7번째로 큰 곳이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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