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은행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자산 축적은 둔화된 반면 차입 규모는 확대되면서 청년층의 재무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0대 차주의 1인당 은행 대출 잔액은 1억218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382만원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30대 대출은 △2021년 9465만원 △2022년 9380만원 △2023년 9350만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4년 9836만원으로 반등한 뒤 지난해까지 증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주택 구입과 생활자금 수요가 겹치며 차입 확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금리 상승기에도 불구하고 실수요 중심의 대출 수요가 유지되면서 잔액 증가세가 이어진 점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다른 연령대에서도 증가세는 이어졌습니다. 40대는 1억1700만원으로 전년보다 522만원 늘어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고 50대와 60대 역시 각각 9683만원, 8131만원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이는 자산 축적 과정에서 추가 차입을 활용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반면 20대는 2021년 3573만원이던 대출 잔액이 지난해 3047만원까지 줄어들며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부담, 고용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초기 차입 수요 자체가 위축된 영향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대출이 확대되면서 은행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잔액도 9152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가계 전반의 레버리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 안정성 측면의 부담 요인으로도 지목됩니다.
문제는 자산과의 격차에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6678만원으로 4.9% 증가했고, 순자산 역시 4억7144만원으로 5.0% 늘었습니다. 그러나 39세 이하의 평균 순자산은 2억1950만원으로 0.9%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40대(7.4%) △50대(7.9%) △60대 이상(3.2%) 순자산이 일제히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청년층은 자산 축적이 정체된 가운데 부채만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입니다. 자산 가격 상승의 과실이 중장년층에 집중되는 사이, 청년층은 높은 진입 비용과 금융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향후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됩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대까지 올라선 데다,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 상승기와 자산 격차 확대가 맞물리면서 청년층의 재무 부담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