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반에 소비자보호위원회(소보위) 신설 바람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소비자 보호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이 은행권을 넘어 보험·카드업권으로 빠르게 번지는 양상입니다. 단순한 조직 신설을 넘어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 이후 약 반년이 지나면서 주요 금융회사들이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해당 모범관행은 이사회가 소비자 보호 정책을 직접 심의·의결하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권고한 것이 핵심으로, 소비자 보호를 내부통제의 하위 개념이 아닌 독립적인 경영 축으로 격상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4대 주요 은행이 이달 중 소보위 신설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간 리스크관리위원회나 내부통제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던 이사회 구조에 소비자 보호 기능이 별도 축으로 추가되는 셈입니다.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을 엄격히 묻는 감독 기조가 강화되면서, 사전 예방 차원의 소비자 보호 체계를 이사회 수준에서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보험업권도 빠르게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인 동양생명은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이달 내 이사회 산하 소보위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같은 그룹의 ABL생명도 신설 방침을 확정했으며,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내부 검토를 거쳐 확정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대형 생명보험사들도 잇따라 동참하고 있습니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는 다음 주 주주총회를 통해 소보위 신설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보험상품의 구조가 복잡하고 불완전판매 논란이 반복돼 온 만큼 소비자 보호를 이사회 차원에서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카드업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롯데카드는 지난 19일 '신뢰경영 소비자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며 소비자 중심 경영을 강화했습니다. 명칭은 다르지만 소비자 보호 관련 주요 정책과 현안을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소보위와 사실상 같은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 대응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책임까지 묻는 등 규율을 강화하는 가운데,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지배구조 구축이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분쟁·민원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점도 이사회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힙니다.
결국 은행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시작된 소보위 신설 흐름은 보험과 카드업계를 넘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증권 등 금융투자업권까지 유사한 위원회 도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소비자 보호를 단순한 준법 영역이 아닌 핵심 경영 의제로 끌어올리는 이번 변화가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됩니다.
롯데카드가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에서 '신뢰경영 소비자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김선희 롯데카드 금융소비자보호책임자(두번째 줄 왼쪽에서 첫번째)와 신뢰경영 소비자위원회 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카드)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