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 속에서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중국계 플랫폼이 숏폼 드라마 시장을 선점하면서, 국내 제작사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도 지식재산권(IP)과 수익이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는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뉴스토마토 K콘텐츠연구소는 2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영상산업 자립 지원 방안 및 K콘텐츠 주권 침해 실태'를 주제로 한 창립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황경성 컨택트 미디어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고, 이정섭 감독 등 영상 제작·투자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에 나섰습니다.
해외 플랫폼에 IP·수익 집중…K콘텐츠 주권 침해 우려
황경성 대표는 중국계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하면서, 국내 제작사들이 제작하고도 사업 성과를 공유받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숏드라마 앱 이용자는 약 298만명으로 1년 전 90만명 대비 약 3.3배 늘었지만, 플랫폼과 수익, 데이터의 주도권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핵심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제작사는 중국계 플랫폼의 발주를 받아 제작해도 IP를 보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가 흥행해도 계약된 제작비 외에 추가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기획과 캐스팅에 해외 발주처의 승인이 필요하고 현장에도 플랫폼 관계자가 관여하는 사례가 있어, 제작은 한국에서 이뤄지지만 사업적 결정 권한은 해외 플랫폼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정섭 감독은 "중국이 AI 영상 제작으로 빠르게 전환하는데 국내 산업의 대응은 늦었다"며 "해외 플랫폼에서 제작비를 받는 데 머무르지 말고,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한국 콘텐츠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경성 컨택트 미디어 대표가 'AI 영상산업 태동기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한 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AI 제작비 절감으로 자립 기반 확보…지원펀드 신설 제안
대안으로는 AI 하이브리드 영상 제작이 제시됐습니다. 황 대표는 제작비 상승과 투자 회수의 어려움으로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투자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었고, 그 과정에서 국내 제작사가 IP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습니다.
해결책으로 배우의 얼굴과 연기는 실제 촬영하되 배경과 대형 액션, 시각특수효과(VFX) 등 비용 부담이 큰 공정에 AI를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직접 제작한 영화 '메모리'를 예로 들며 100억원 이상 필요한 작품을 30억~40억원 수준에 제작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제작비가 줄면 국내 제작사가 해외 OTT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체 IP를 보유해 수익 배분과 유통의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 'AI 하이브리드 영상 지원펀드' 신설을 제안했고, 김종민 국회의원도 문화 분야 펀드에 AI·숏폼 콘텐츠 별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황 대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고, 지금 (펀드 신설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기 투자를 촉구했습니다. 반면 이정섭 감독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갔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K콘텐츠연구소 출범…AI 시대 지속가능한 한류 모색
한편 이번 세미나는 뉴스토마토 K콘텐츠연구소 출범 후 개최된 첫 공식 행사였습니다. 정광섭 뉴스토마토 대표는 영상 콘텐츠를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 '랭킹토마토' 개발을 추진한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김만수 K콘텐츠연구소장은 한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제로 콘텐츠 소비 환경 개선과 AI 활용을 제시했습니다.
랭킹토마토로 전문가와 일반 대중의 평가를 결합한 지표를 제공해 소비자가 다양한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도록 돕고, AI가 영상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공공·민간의 역할도 연구하겠다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중국계 플랫폼 중심 시장에서 드러난 IP·수익 집중 문제를 진단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한 자립 가능성을 모색한 자리로 평가됩니다. 아울러 해외 플랫폼의 제작 기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제작비 절감과 IP 보호, 자체 플랫폼 육성, 투자 기반 구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뉴스토마토 K콘텐츠연구소는 2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AI 영상산업 자립 지원 방안 및 K콘텐츠 주권 침해 실태' 주제의 창립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권호영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교수, 이정섭 감독, 황경성 컨택트 미디어 대표, 김학윤 가이아벤처스파트너스 대표, 김종민 의원, 김명하 문체부 한국문화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정광섭 뉴스토마토 대표, 김만수 뉴스토마토 K콘텐츠연구소장, 허권 문체부 한국문화기술기획평가원 사무관, 김현문 문체부 한국문화기술기획평가원 총괄 PD, 윤종호 연세예술원 영화학전공 교수. (사진=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