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복덕방’이라는 말, 들으면 어딘가 좀 따뜻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복을 주고 덕을 나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이나 평양에서 집이나 땅을 소개해 주던 ‘가쾌’들이 복덕방을 차려놓고 사람들을 이어줬습니다. 동네 소식이 싹 모이는 곳이라 집을 사고팔 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었습니다.
당시 복덕방 주인은 동네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습니다. 어느 집이 급매로 나왔는지, 누구네가 이사를 가는지, 어디 집값이 오를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집주인과 사려는 사람 사이에서 가격을 잘 깎아주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게 일이었고, 그 대가로 주던 돈을 우리는 지금도 ‘복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1983년에 부동산중개업법이 만들어지면서 정든 복덕방 대신 ‘공인중개사’라는 전문직으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그런데 요새 이 공인중개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가 10만8000명 정도인데요. 6년 반 만에 가장 적은 숫자입니다. 가장 많았던 2022년 초와 비교하면 1만3000명 넘게, 그러니까 10% 이상이 사라진 셈입니다.
원래 2010년 이후로는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중개업소도 계속 늘어났습니다. 2017년엔 10만명을 넘겼고 2022년 초에 피크를 찍었지만, 그 이후로 계속 내리막을 타더니 지금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거래가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중개업소는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거래가 이뤄져야 복비(중개수수료)를 버는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다 보니 영업하기가 힘들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6월 주택 거래량만 봐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매매는 6.8%, 전월세는 9.8%나 줄었습니다.
체감 경기는 통계보다 훨씬 더 안 좋습니다. 요즘 재건축 단지나 인기 있는 몇몇 아파트 빼고는 거래가 싹 끊겼다는 게 현장 이야기입니다. 한 달 내내 매매 한 건도 못 올리는 중개업소가 태반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중개시장 자체도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당근마켓 같은 플랫폼을 통한 직거래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당근 부동산 직거래 완료 건수가 2021년엔 겨우 200여건이었는데 2024년엔 6만건 가까이 뛰었으니까요. 아직 전체 시장에 비하면 일부지만, 원래 중개업소가 하던 역할을 플랫폼이 뺏어가고 있다는 의미가 큽니다. 옛날엔 무조건 복덕방을 찾아가야 했지만, 요즘은 그냥 스마트폰으로 시세와 실거래가를 다 확인하고 둘이 직접 연락해서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매물 정보만 쥐고 있어도 그게 경쟁력이었지만, 이젠 정보가 인터넷에 다 공개돼 있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집을 찾고 가격 비교까지 다 하는 마당에, 단순히 '손님 연결만 해주는 역할'에 예전처럼 큰 수수료를 내기는 아깝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결국 공인중개사의 역할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매물을 소개하는 걸 넘어서, 등기부등본 같은 권리관계나 법적 위험을 꼼꼼히 체크해 주고, 적정 가격을 판단해 주거나 재개발·재건축 같은 전문 지식을 제공해 주는 쪽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부동산은 거래 금액이 크고 법적으로 복잡하다 보니, 직거래가 아무리 늘어도 이런 전문적인 안전장치 수요는 계속 남아있을 테니까요.
조선시대 가쾌에서 복덕방으로, 또 공인중개사로 바뀐 것처럼 부동산 중개업의 역사는 계속 변해왔습니다. 앞으로 공인중개사의 진짜 경쟁력은 '매물을 얼마나 많이 쥐고 있느냐'가 아니라, '인터넷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전문성과 안전성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