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디지털 채널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하고 원하는 만큼 보장을 골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구독형 보험'이 보험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지만, 기존 전통 규제 패러다임을 벗어나나는 것이 선제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협회는 구독형 보험을 추진하겠다며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거 일회성 소비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소비 패턴이 경험에 기반한 소비자와의 지속적 관계로 변화함에 따라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구독형 보험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보험 가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젊은 세대 중심으로 소비층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독형 보험은 기존 보험처럼 보험사가 설계한 상품에 가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보장을 추가하거나 가입 기간 도중에 변경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것처럼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유연하게 보장을 변경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인데요. 넷플릭스나 OTT 상품을 가입하는 것처럼 앱·웹을 통한 손쉽게 가입하고 해지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보험업 규제 아래에서는 구독형 보험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실장은 보험연구원 세미나에서 '월 단위 계약이 정기 결제로 유지', '자유롭고 유연한 상품 가입 및 해지', 그리고 '사고 후 보험금 수령이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체감 가치'를 구독형 보험의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기존 보험 상품이 사고 후 보험금을 수령하는 구조로 규정돼 있는 것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실장이 제시한 구독형 보험의 조건 (자료=보험연구원)
해외 1세대 구독형 보험도 널리 확대되지 못했습니다. 해외 1세대 상품 특성을 보면 월계약 결제와 앱을 기반한 쉬운 가입과 해지, 모듈형 담보를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험 보장 선택의 유연성을 높이고 맞춤형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구독형 보험을 구현했습니다.
독일의 Getsfe는 앱을 기반으로 한 생활형 보험을 월 정기결제로 운영하며 자유롭게 변경 및 해지가 가능하고 확장된 옵션을 제공했습니다. 영국의 HSBC Select&Cover는 3~7개 보험을 골라 월정액으로 가입하고,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해 높은 유연성을 바탕으로 맞춤형 보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 2세대 구독형 보험은 보장 변경 시 규칙이나 메뉴식 옵션만 허용하고, 기본 구독은 유지하되 추가 기능에는 시간 제한 등의 조건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구독형 보험이 실질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미나에서 구독형 보험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발표한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자유롭고 간편하게 보장 내역을 변경하려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져야 하는데 설명 의무로 인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면 가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운기 손해보험협회 판매채널제도팀 팀장도 "보험사의 서비스 개발 노력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보장의 변경 시마다 설명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편의성과 반대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국내 시장에 구독형 보험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기존 구독 플랫폼에 결합한 임베디드형부터의 시작을 제안했는데요. 보험 업권에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연성과 개인화, 간편성을 극대화한 구독형 보험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규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구독형 보험이 출시된다면 기대하는 만큼의 유연성과 간편성을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구독형 보험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작게 세분화한 보장을 선택할 수 있을지는 향후 상품 설계 단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66회 보험연구원 세미나 토론 세션 (사진=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