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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압박에 답은 현지화…K-철강, 미국 투자 러시
현대제철·포스코·현대차그룹 투자
입력 : 2025-12-17 오후 4:24:10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현대제철과 포스코그룹이 미국 내 신규 제철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고율의 대미 철강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해 탄소저감 제품 등을 안정적으로 북미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렸습니다. 특히 건설 예정지가 주요 자동차 공장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운송비 등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됩니다.
 
지난 4월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 한석원 부사장과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이주태 사장(왼쪽부터)이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 체결식을 가지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58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제철소는 내년 3분기 착공 예정이며, 2029년 상업 생산을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 투자 규모 58억달러 가운데 절반인 29억달러는 자기자본으로, 나머지 29억달러는 외부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입니다. 자기자본 출자 비율은 현대제철 50%(14억6000만달러),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4억4000만달러), 포스코가 20%(5억8000만달러)로 구성됩니다.
 
해당 제철소는 자동차 강판 특화 생산 체계를 갖춰 미국 시장에서 열연 및 냉연도금 판재류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직접환원철 생산설비인 DRP와 전기로를 직접 연결해 원료를 투입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쇳물 생산 과정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 대신 직접환원철과 철스크랩을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기존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7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경쟁 관계에 있던 철강사들이 이례적으로 손을 잡은 배경에는 관세 등 대외 변수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협력해 전기로 기반의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함으로써 미 관세 장벽을 극복하고 북미(미국·멕시코) 지역에 탄소 저감 철강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관세 장벽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사의 협력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 규제에도 적극 대응이 하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꼽힙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철강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중국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략산업 내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철강사 간 실제 협력이 이뤄졌다는 점은 상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향후 철강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탄소 저감 방식으로 얼마나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직접환원철과 전기로를 결합해 기존 전기로 방식으로는 현재 만들 수 없는 고급 제품까지 만들겠다고 하는 방향성은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미 자동차 공장들이 남부 지역에 위치해 있는 만큼, 루이지애나 인근에 제철소를 건설할 경우 수요지와의 거리가 가까워 운송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북부에 비해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자동차 내수가 견조하고 에너지 비용도 저렴한 데다,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제철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라는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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