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내년 초대형 신규 설비인 ‘샤힌 프로젝트’ 완공을 앞둔 에쓰오일이 자사 설비에 대한 감축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정부가 언급한 감축 대상이 노후 설비에 한정되며, 자사의 첨단 설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 전반에서 감축 중심의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에쓰오일이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업계 전반에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샤힌 프로젝트를 구조조정 효과를 약화시키는 변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산업 고도화의 일환으로 판단해야 할지를 두고 업계 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연내 사업재편 자구안 제출을 위해 감축 중심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최근 에쓰오일은 자가 설비에 대한 감축에 반대하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지난 9일 열린 ‘석화업계 구조개편,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경문 에쓰오일 상무는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방향은 단순한 감산이 아니라 산업 고도화”라며 샤힌 프로젝트는 최첨단 설비를 갖춰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이 노후 설비에 한정돼 있으며, 에쓰오일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요청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축 규모(270~370만톤)와 유사한 수준의 신규 에틸렌 생산 설비(320만톤)인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감축에 나선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에쓰오일과 함께 울산 산업단지에서 통폐합 논의를 진행 중인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은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감축에 나설 경우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샤힌 프로젝트를 산업 고도화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TC2C를 도입해 기존 ‘원유→나프타→에틸렌’ 생산 구조를 ‘원유→에틸렌’으로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효율과 수율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방식은 원유에서 나프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율이 약 20%, 나프타에서 에틸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20% 수준에 그쳐 효율이 낮다”며 “TC2C의 경우 수율이 60~70%에 달해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쓰오일의 설비 가동을 막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도 최근 건설되는 신규 설비들이 이미 이러한 첨단 공정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구조 전환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해관계가 확연히 엇갈린 상황 속에서 감축과 산업 고도화를 둘러싼 업계의 시각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