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확산으로 메모리 업체들이 고성능 AI칩에 생산을 집중하면서 낸드플래시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요에 맞춰 메모리 업체들은 기업용 SSD(eSSD) 등 고부가 시장 중심의 물량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공백이 생긴 소비자 SSD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문구가 쓰인 반도체 기판 위에 중국 국기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업체들은 AI 서버, eSSD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소비자, 일반 산업용 제품 공급이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eSSD 상위 5개 브랜드의 매출이 전분기 대비 28% 상승한 65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예 소비자용 시장에서 철수 의견을 밝히는 등 이익 극대화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마이크론은 최근 SSD 등 소비자 메모리 브랜드 ‘크루셜’을 내년 2월까지 정리한 후 철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부사장 겸 최고사업책임자는 철수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등 주요 전략 고객에 대한 공급과 지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 우선순위 변경으로 모듈 제조업체와 PC 제조업계는 제조원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대만 트랜센드는 최근 고객사에 안내문을 발송하고 “D램과 낸드 플래시 모두에서 공급 부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지난주에만 비용이 50~100% 급등했다는 공급사 통지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D램 재고 확보까지 2~3주 걸리는 반면 낸드 재고 확보까지는 약 6주가 소요돼 수급이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SSD 시장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 2일 한국 시장에 소비자용 NVMe M.2 SSD인 ‘이킷스토어(eKitStor) 익스트림 201’을 비롯해 기업용·서버용 제품을 출시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특히 이번 제품은 속도와 신뢰성 측면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TLC 낸드를 적용한 점이 특징입니다. 전 세대 제품인 ‘이킷스토어 익스트림 200E’는 소비자 선호도가 낮은 QLC 낸드를 적용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시장 철수도 SSD 시장에선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급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가에 수급 가능한 중국 SSD를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소비자들의 중국산 제품 선택에 대해 업계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해도 소비자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용 중심으로 SSD 수급이 이뤄지고 있어 중국 제조사들 입장에선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중국 SSD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