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발표한 ‘K반도체 2강’ 전략에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한국 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업계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덕분이다.
이장규 팹리스산업협회 부회장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한국 팹리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열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팹리스 스타트업 활성화 및 수출 연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이다. 미국 72%, 대만 8%, 일본 5%와는 격차가 크다. 중국도 3%의 점유율을 기록해 한국을 앞섰다.
한국 팹리스 업체들은 기술 측면에서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이 많다. 특히 팹리스 스타트업의 40% 이상이 특허를 최소 1개 이상 보유할 만큼 기술 개발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제 막 제품을 출하하거나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어 수출 실적으로 이어진 사례는 적다.
통상 칩을 설계·개발하기 위해선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하다. 사업 유지를 위해선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이 절실하다. 하지만 스타트업 중심의 국내 팹리스 업계는 생산 물량도 적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주문을 넣기도 어렵다. 칩 개발·검증과 수요처 확보는 팹리스가 당면한 과제였다.
이에 정부가 ‘국가 1호 상생 파운드리’와 ‘국산 반도체 우선 구매 제도’를 추진하면서 업계의 성장세도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특히 제품 상용화를 위해 대규모 실증이 절실한 팹리스 업체들 입장에서 공공기관의 제품 사용은 해외 수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남은 것은 팹리스 업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팹리스 업체들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이번처럼 정부가 생태계를 우선적으로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한국 팹리스가 주도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까지 장기적인 투자가 이어지길 바란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