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권 슈퍼앱이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혜택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이벤트 허브'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고객이 앱을 이탈하지 않도록 붙잡는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하고 계열사 간 이용자를 직간접적으로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슈퍼앱 전략은 앱테크(App-tech) 열풍과 맞물리며 고객 체류 시간과 트래픽을 늘리고, 마케팅 비용 절감과 고수익 상품 연계까지 노리는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실험으로 부상했습니다.
삼성 모니모(왼쪽)와 신한 슈퍼SOL(쏠) 등 슈퍼앱의 이벤트 탭 화면. (사진=각사 앱 캡처)
슈퍼앱, 이벤트 허브화 전략 실험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금융네트웍스 통합앱 모니모 이벤트 탭에서는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이벤트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니모 가입 이벤트부터 앱 개편 기념 선물 증정까지 다양한 프로모션이 통합 노출되고 있으며 개별 계열사 혜택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주요 금융지주들도 유사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의 신한 슈퍼SOL(쏠), KB금융의 스타뱅킹, 하나금융의 하나원큐, 우리금융의 우리원(WON)뱅킹 등은 증권·카드·보험 계열사 이벤트를 통합 소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슈퍼앱을 그룹 차원의 혜택 창구로 활용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계열사 간 교차 이용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겼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슈퍼앱을 통한 이벤트 통합은 마케팅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권은 이미 슈퍼앱 내에서 계열사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며 외부 광고나 마케팅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확보 비용(CAC)을 낮추는 동시에 계열사 전반으로 MAU가 동반 상승하는 낙수 효과를 보는 중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앱 전략을 택하느냐, 계열사 앱과 공존하는 전략을 택하느냐에 따라 이벤트 노출 방식은 달라진다"면서도 "보험이나 은행 등 특정 계열사 앱만 사용하는 고객은 자신이 쓰는 기능 외의 이벤트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른 계열사 이벤트의 홍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 앱을 활용하면 보다 넓은 방식으로 이벤트를 알릴 수 있고, 이를 통해 계열사 전반으로 고객 저변을 확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가령 다른 계열사 이벤트를 전달받아 고객이 관심을 가지면서 이벤트 참여가 거래로 이어질 경우 효과가 제대로 먹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벤트 허브를 중심으로 한 슈퍼앱 전략이 단순 편의 기능을 넘어서 고객 락인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노리는 플랫폼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벤트 허브로 앱테크족 이중 락인
금융권 슈퍼앱의 이벤트 허브화 전략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앱테크 인기에 힘입어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거 앱테크가 소액 리워드(보상형) 포인트를 모으는 일부 이용자의 부수적 활동에 그쳤다면, 고물가 시대를 맞아 이제는 전 연령층이 참여하는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리워드 기능과 더불어 이벤트 허브로 앱테크 이용자를 묶어두는 이중 락인 전략 강화에 나섰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잘파세대(1996~2024년생)의 77.7%가 앱테크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5%는 매일 앱을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앱테크가 일상적 소비·재테크 행위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금융사에는 안정적인 트래픽과 고객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생 구조로 작동합니다.
리워드 광고를 제공하는 업종 중에서 일일활성이용자수(DAU)가 가장 많은 업종은 은행·핀테크 등 금융 플랫폼으로 전체의 약 45%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금융앱이 결제·조회·앱테크·이벤트 참여 등 고빈도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 결합해 고객의 반복 방문을 일으켰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사에선 금융앱으로 앱테크를 이용하는 이유로 '현금화가 용이해서'라는 응답이 58.6%로 가장 많았고, '기존에 이용 중인 금융앱에 해당 기능이 있어서'가 56.0%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앱을 설치하기보다 익숙한 금융 슈퍼앱 안에서 보상과 혜택을 누리려는 이용자 성향이 뚜렷함을 보여줍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슈퍼앱 내 이벤트 허브가 앱테크족을 붙잡아 두는 강력한 락인 수단임을 입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벤트 허브와 앱테크의 결합이 금융 슈퍼앱의 수익 구조를 뒷받침하는 핵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이 지난해 발표한 '금융권 슈퍼앱 전략의 성과와 과제'에 따르면 금융 슈퍼앱은 앱테크와 결제 같은 고빈도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트래픽을 대출·보험 등 저빈도 고수익 상품으로 연결하는 수익성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금융권에선 향후 슈퍼앱 이벤트 허브가 단순한 혜택 안내 창구를 넘어서 앱테크 이용자를 장기 고객으로 전환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고객에게는 반복 방문과 참여를 유도하고, 금융사에는 데이터·트래픽·수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이중 락인’ 실험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 이벤트를 모아 소개하면서 앱테크 고객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다른 계열사에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며 "슈퍼앱을 이용해 혜택을 편리하게 챙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이중 락인 효과를 얻고 기존에 리워드만 챙기는 체리피커 영향력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