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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자금과 인력, 마케팅의 어려움이다. 특히 인력난은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 인재 찾기도 어렵지만 나가는 직원 잡기도 쉽지 않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약 70%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구직자의 40%가 입사를 포기하며, 직장인의 67.3%가 승진을 위해 이직하는 게 유리하다고 했는데 이중 69.1%가 중소기업 근무자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인력난을 실증하는 결과다.
이에 전문가들은 임금수준과 더불어 조직원의 능력을 함양하고, 이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인재관리측면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보람과 성취를 느끼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조직에서 적은 인원으로 ‘다양한 과업(multitask)’을 수행해야 한다면 이들을 이끄는 사람이 어떠한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대부분 기업이나 조직이 뛰어난 인재나, 직무에 맞는 완벽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충분히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적정한 수준의 인력을 어떻게 인재로 만들고, 성과를 내도록 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개인의 단점보다 장점을 드러내도록 하여 회사의 목표와 개인에 주어진 과업을 달성토록 유도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리더십의 하나가 ‘절충주의 리더십이다. 절충주의(eclecticism, 折衷主義)는 건축이나 미술, 철학이나 신학 등에서 ’몇 개의 독립된 체계로부터 옳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요소를 빼내어 하나의 통합적 상위의 체계로 삼는 개념이다. 즉, 큰 목적을 위해 작은 요소의 장점을 모아 사용하는 것이다.
절충주의 리더십은 절충주의적인 개념을 갖추고 실천하는 리더의 덕목이다. 이는 하나의 체계나 이론을 고수하는 ‘선택과 집중’의 입장에서 보면 이도저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잡종·변종·다양성’의 시대에 외면해서는 안 될, 오히려 적극 고려해야 할 리더십이다. 이러한 리더십은 자원이 빈약한 경우의 사업전략이나 조직운영에 필요하다. 흩어져 있는 듯한, 그러나 암묵적인 자원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인간관계나 인적자원관리에서도 유용하다.
우리주변의 절충주의 산물은 흔하다. 비즈니스에서의 절충주의는 매우 유용하며 타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모아 벤치마킹하는 것은 산업혁명이후 보편화된 방법이다. 그 예로 스마트폰은 유선전화, TV와 카메라, 컴퓨터 등의 크기와 디자인을 배제하고 본래적 장점의 기능만을 채택함으로써 상위개념의 전자통신광학기기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기존상품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기초적 기능만으로 대규모 신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건축에서 외관은 고풍스런 한옥이지만 내부는 현대식 호텔의 인테리어를 갖춘 주택도 절충주의의 산물이다. 한국의 비빔밥이나 이태리의 피자는 어떤가. 이들은 여러 가지 야채와 추가적인 재료, 양념이 어우러진 조리법이다. 하나하나 독창적 요소의 맛을 온전히 살리지 못해도 개별적 맛을 하나의 요리에 담아 완성시킨 것이다.
사람관계도 그렇다. 상대의 단점이 먼저 눈에 띤다면 절충주의를 생각해봐야 한다. 단점을 보면 가까이 할 사람이 없지만 장점을 보면 모두가 괜찮은 사람으로 변한다. 세종대왕은 황희정승이 여러 가지 탈도 많았지만 죽을 때까지 그를 놓지 않았다. 영조나 정조의 탕평책(蕩平策)도 따져보면 파벌의 고질적 문제를 떠나 골고루 인재의 장점을 살려 등용한 절충적 인사였다. 개개인의 장점을 살피는 데도 절충주의는 적용된다.
오래전 군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태풍으로 일부건물이 파괴되고 담벼락이 무너졌다. 응급복구를 해야 하는데 최전방의 산골이라 당장 가용한 장비와 자원이 마땅치 않았다. 오직 병사들뿐이었다. 지휘관은 각 중대에서 30여명의 병사를 차출했다. 이들 중에는 건축설계, 조적, 경운기운전, 건설현장경험, 목공 등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각자가 특기를 발휘하였고 피해복구는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졌다. 아마 이들이 본연의 역할인 군사훈련을 했다면 어땠을까? 사격에서 꼴등하던 병사나 행군에서 낙오한 병사는 천덕꾸러기가 되었겠지만 이처럼 상황에 맞는 역할이 주어지니 모두가 ‘훌륭한’ 일꾼이 되었던 것이다.
절충주의 리더십은 단지 이것저것 끌어 모으는 게 아니다. 도전과 창의력, 그리고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특종이나 변종’의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리더십이다. 점진적 혁신을 위해.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