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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 우리는?
입력 : 2020-06-30 오전 6:00:00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프랑스, 중국 등 각국 정상들은 최근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맞서 백신이 공공재가 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이런 명분을 밝히면서 동시에 자국민을 위한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에 백신 개발 자금을 댄 대가로 이 회사가 백신을 개발해 상용화할 경우 3억 명분의 백신을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4개국도 공동 전선을 펼쳐 아스트라제네카와 4억 명분의 백신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영국도 이 회사와 1억 명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다. 일본도 뒤늦게 이 회사와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계약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브라질 정부도 이 회사와 1억2700만 달러 계약을 맺어 올 12월께 1천5백만 명분을 공급받고 나머지 물량은 2021년 1월에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등 일부 국가들은 중국 백신 기업들에 자금 지원을 해 개발되는 백신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르면 오는 9월 백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 아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순조롭게 개발이 이루어지면 연간 20억 명분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이미 국가주의를 경험한 바 있다. 유행 초기에 서둘러 국경을 폐쇄한 나라들이 많다. 국경 없는 유럽연합을 강조하고 이를 실천해오던 유럽 국가도 코로나19에 무릎을 꿇고 앞다퉈 국경을 봉쇄한 바 있다.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 간 약속이 헌신짝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제약회사는 결코 자선 단체가 아니다. 민주 선거를 치르는 나라들은 백신에 목 빼고 있는 자국민 유권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는 강대국과 약소국, 부국과 빈국을 가리지 않고 대유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은 힘 있고 돈 있는 국가에 먼저 공급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는 불 보듯 뻔하다. 세계가 또 남북으로 갈리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공중보건과 백신의 역사에서 백신이 항상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수호신 구실을 충실히 해온 것은 아니다. 백신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 얼굴은 모든 인류에게 무료 내지는 값싸게 보급되는 공공재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이윤을 창출하는 상품의 모습이다. 기업은 그 어떤 부문이든, 인간의 생명과 관련한 의료·제약 부문이라 할지라도 늘 이윤을 추구해왔다. 세계 모든 바이오제약기업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회사를 도약시키는 기회로 만들려고 한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나 모더나 등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든 기업들의 제1 법칙이다. 백신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유지한다는 공공재는 적어도 기업들한테는 제1 법칙이 아니라 제2 법칙으로 밀린다.
 
지난 27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보급 재원 마련을 위해 연 회의에서 정세균 총리는 1분가량 영상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보편적 접근을 위한 국제사회 공조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세계 지도자로서 백신이 모두에게 이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따뜻한 발언과는 달리 국제 사회는 늘 냉엄했다. 도덕적 명분보다 실리가 앞선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럽 선진국들이 이른바 ‘백신 동맹’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집단적으로 나서자 세계보건기구는 2021년 말까지 백신 20억 개 공동구매를 추진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어찌 보면 한가한 자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미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선진국들은 올 연말 내지는 내년 초까지 백신을 확보한다고 하는데 개발도상국 내지 저개발국가를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내년 말까지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초가삼간 다 태우고 난 뒤 빈대 잡겠다는 격이다.
 
코로나19 백신 확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전쟁 못지않게 중요하다. 백신 확보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플랜 A뿐만 아니라 플랜 B와 C도 세워두어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 ‘우리 정부도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안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안종주 단국대 초빙교수·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조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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