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무역 시장 다변화와 리쇼어링을 고려한 전략 등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미·중 통상전쟁 재점화, 한국기업의 대응 방안'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최근 심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속에서 한국경제의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AP·뉴시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분쟁은 미 대선 결과를 떠나 수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선을 앞둔 올해 3분기에 가장 격화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위험과 기회가 병존하지만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대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예고하고 코로나 펜데믹 책임론 공방으로 미·중 갈등이 다시 표출돼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10.3% 줄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고 특히 대중국 수출이 미·중 무역 분쟁으로 16% 축소된 상황에 보호무역주의 강화란 악재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월 미·중 무역 협상 합의 이행이 순조롭지 않고 양국의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과 함께 코로나 발병 이후 강화되고 있는 리쇼어링이 세계화 시대 모범국인 한국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일부 산업은 글로벌 경쟁 구도 재편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 반도체 기업이 몰락하고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글로벌 1위로 올라섰던 사례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 영향에 대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가시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미국과 손을 잡은 대만업체 TSMC를 대신해 우리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요청하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고 자칫 무리한 거래 확대로 메모리까지 제재대상이 되면 소탐대실의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에 한국산 IT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직접적인 수혜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미국이나 중국 어느 일방의 기업과 관계가 깊어지면 경쟁상대국으로부터 정치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위협요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중 관계의 방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과 중국의 태도가 결정할 것"이라며 "전통 제조업은 탈중국화, 소비재와 서비스는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최석영 전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고도의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은 위험 분산을 위해 무역 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리쇼어링과 현지 생산방식을 고려한 무역·투자전략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