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밝히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정상화를 지원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 정부가 나설 명분은 약해졌고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로이터와 업계 등에 따르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인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고 투자자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올해 1월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쌍용자동차의 회생 방안 논의를 마친 뒤 차량에 타는 모습.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을 위해 비용을 줄이고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과정의 하나로 쌍용차의 지분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마힌드라는 수익성 있는 사업에는 계속 투자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지분 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지배권을 포기할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힌드라는 지난 4월에도 23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400억원만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런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매각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힌드라가 지분을 팔아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아서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총 7000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지분 가치는 2300억원(12일 종가 기준) 안팎에 불과하다. 현재 가격으로 쌍용차 지분을 모두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투자금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13분기 연속 적자와 자동차산업의 상황을 생각하면 웃돈을 받기는 불가능하고 구매자를 찾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미 투자금에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헐값 매각을 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쌍용차의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계속 활용하는 게 마힌드라에 더 이득이다.
그런데도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힌 것은 쌍용차에 추가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뚜렷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실업 대란' 우려 등을 고려해 쌍용차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대주주의 고통 분담이 부족하고 수년간 누적된 부실 해소 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협력사를 포함해 수만명의 일자리를 생각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쌍용차를 재무적인 관점에서 볼 건지 다른 파급효과까지 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8일 오전 평택시청에서 열린 노사민정 특별협의체 간담회에서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사진 맨 왼쪽),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이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쌍용차
쌍용차가 작년부터 각종 수당 반납과 공장을 제외한 모든 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하고 최근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도 정부의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마힌드라의 지원 불가 의사 재표명으로 분위기가 변할 가능성이 생겼다. 정부 자금 투입을 통한 쌍용차의 정상화가 손을 놓고 바라보기만 한 대주주에게만 이득이 된다는 인식이 커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의사결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지원이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자구 노력이 희석되고 대주주의 소극적 태도가 두드러져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지분 매각에 대해 "지난 4월과 다른 얘기가 아닌데 확대 해석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룹 차원에서의 구조조정 방향을 원론적인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