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코로나19로 해외 건설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경기가 한껏 움츠러들면서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유가가 폭락하자 중동 중심의 석유 관련 화공플랜트 수주에 먹구름이 꼈다. 중동 플랜트가 주력 시장인 국내 건설사에는 타격이 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동 플랜트 중심의 해외 수주 양상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플랜트 사업이 유가에 따라 부침이 심해서다.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준비하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이를 계기로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4월29일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규모는 17억2900만달러(약2조1000억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낮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는 월별 수주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높았으나 지난달 들어 실적이 줄었다.
해외 수주 감소는 유가 폭락에 따른 플랜트 발주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공사를 발주하던 중동 지역에서 플랜트 발주 일정이 늦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발주 예정이던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 공사는 이달 말까지 일정이 밀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자푸라 가스 플랜트 사업의 입찰이 연말까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동 플랜트 발주 부진 현상은 지난해에도 나타난 바 있다. 장기적인 저유가에 발주 물량이 충분하지 않았고 국내 건설사의 수주 성적도 저조했다.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는 13년만의 최저치인 223억달러(약 26조4000억원) 달성에 그쳤는데 그중 중동 수주금액은 2018년 대비 절반 가량 급감했다. 중동 플랜트에 쏠린 해외 수주 구조가 부메랑이 된 것이다.
이에 중동 화공플랜트 중심의 수주 양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출 국가와 공종을 다변화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투자와 플랜트 발주는 코로나19로 전망이 어둡지만 인프라는 비교적 밝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인프라는 국가 운영에 필요한 기반시설인데다 유가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최근 들어 인프라 발주에 나서는 국가도 있다. 필리핀은 화력발전시설 개발을 계획 중이고 나이지리아는 송전선 개선과 변전소 증설 등 전력인프라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수도 산호세와 산라몬 지역을 연결하는 55km 길이의 도로를 확장하고 보수하는 공사 등 총 17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인프라 발주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라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인프라 투자를 계획 중이다. 미국은 최대 2조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지방 정부 다수는 특수채권을 발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기존에 진행 중이던 고속철과 전철, 상하수도 건설 투자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국가도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는데 인프라 재원도 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해외 인프라 수주에 지원사격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중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정부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인프라 사업 발굴과 기획, 입찰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선진국 인프라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간 미국과 유럽 등에는 국내 건설사가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나는 인프라 투자를 계기로 진입 발판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길 주저하지 말고 장기적인 진출 계획을 수립하고 수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관심은 있지만 진출이 어렵다면서 진입하려는 노력은 크게 하지 않는다”라며 “건설사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선진국 인프라 진출 전략을 세우고, 수주에 성공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가 진행 중인 해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