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배우 고보결은 영화 ‘거북이들’을 통해 데뷔를 했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드라마 ‘프로듀사’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도깨비’ ‘마더’ ‘아스달연대기’ 등을 거치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지만 그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하이바이, 마마’를 통해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가 데뷔 이후 지금까지 묵묵히 걸어올 수 있었던 건 뚜렷한 지향점 때문이었다.
tvN 주말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김태희 분)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 분)와 딸아이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고스트 엄마의 49일 리얼 환생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배우 고보결은 극중 강화의 아내이자 서우(서우진 분)의 새 엄마 오민정 역할을 맡았다.
오민정이라는 인물은 드라마 초반 타인에게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차가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오민정은 화를 내기도 하고 오열을 하기도 하는 등 억눌러왔던 감정들을 쏟아낸다. 고보결은 이러한 민정이라는 인물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생각이 깊은 만큼 성격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억눌린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며 “표현을 안할 뿐이지 모성애나 강화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보결은 조금은 침울한 감정에 빠져 있는 오민정을 연기하면서 매니저에게 침울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우울한 감정선을 쥐고 있다 보니 일상 생활에서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래도 후반부 눈물을 쏟는 장면이 끌어 안고 있던 응어리를 풀어지게 하는 느낌을 줬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보결은 자신이 진짜 오민정이 된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하이바이 마마 고보결. 사진/HB엔터테인먼트
아직 미혼이고 아이가 없는 고보결은 이번 작품에서 한 아이의 엄마 역할을 연기해야 했다. 그는 “솔직히 민정의 모성애라는 게 와 닿지 않았다. 실제 아이가 없어서 어려운 지점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고보결은 캐스팅 제안에 ‘제가 엄마가 아닌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봤다고 했다. 그는 “민정도 서우를 낳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는 서툴지만 노력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저와 일치하는 지점이라고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보결은 제작진이 자신의 가능성을 봐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고 했다. 그렇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오민정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보결은 오민정을 준비하면서 일기를 써내려갔다고 했다. 그는 “강화에 대한 마음, 죽은 차유리에 대한 마음, 그리고 서우에 대한 마음을 오민정 입장에서 육아일기 쓰듯 썼다”고 말했다. 고보결은 그렇게 오민정의 감정에 이입을 했다.
고보결은 극 중 서우가 울고 있는 민정의 손에 밴드를 붙여주고 호 해주는 장면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혼자 견디고 감내하는 것을 내 자식이 알아줄 때 감정이 울컥했다”며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은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위로해주는 데 뭉클했다”고 밝혔다.
민정에게 감정을 이입한 만큼 고보결은 민정이 처한 상황에 마음이 쓰였다. 서우가 다니는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민정이 서우의 계모라고 수근거린다. 민정은 이러한 상황을 신경 쓰면서도 애써 외면을 한다. 고보결은 “유튜브에서 계모인 분이 심정을 토로한 영상을 보는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본인이 극복해야할 것뿐 아니라 타인의 시선, 사회적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렇기에 고보결은 민정이 술에 취해 ‘이을 계, 어머니 모, 계모 어머니를 잇다’라고 하는 대사에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동화에서조차 계모는 나쁘다는 편견을 만든다면서 “조심스럽지만 이런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고보결은 오민정이라는 역할이 부답스럽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했다. 그는 “엄마라는 감정에 이입하면서 나도 성숙해지는 기분이 들었다”며 “연기 폭도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깊고 폭 넓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하이바이 마마 고보결. 사진/HB엔터테인먼트
민정은 극 중 노력과 열정으로 사별의 아픔을 가진 강화와 엄마 유리의 품에 안겨보지 못한 갓난아이 서우를 돌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민정은 노력과 열정만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음을 깨닫고 힘들어 한다. 고보결은 이러한 민정의 대사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른 채 배우를 하겠다고 달려들었을 때 노력과 열정이면 될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기회가 따라야 하고 운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내 자신의 시기에 맞는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노력한다고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고보결은 자신의 연기에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민정을 연기하면서 그는 “진짜 엄마가 되고 나서 했다면 연기가 달랐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늘 아쉬움에 자신의 연기에 대해 질문을 한다고 했다. 집에 가서도 자신의 연기를 생각하고 이미 촬영이 끝이 난 장면의 대사를 읊어 본다고 했다. 그는 “아쉬움을 줄여갈 수 있다면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기 때문일까 고보결은 ‘하이바이, 마마’의 대사, 자신이 이전해 했던 ‘마더’의 대사를 자주 인용했다. 그는 좋아하는 대사는 많이 기억하고 영향을 받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운이 좋게 명대사가 많은 대본을 자주 만났다. 그런 명대사는 거의 기억하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하이바이 마마 고보결. 사진/HB엔터테인먼트
고보결은 좋은 사람으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선배에게 배워 나가면서 걸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처럼 인터뷰를 하는 내내 고보결은 어떠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자주 입 밖으로 꺼냈다.
이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항상 하는 고민이라고 했다.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보다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지향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더’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대사라면서 ‘새들이 이집트를 향해 날기 시작하면 그들은 이미 이집트에 가 있다’는 대사를 읊었다.
“되고 싶은 지향점을 두고 걸어가다 보면 그 길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길이에요. ‘마더’의 대사가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어요. 지향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면 걸어가는 과정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이바이 마마 고보결. 사진/HB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