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2020년 금융투자업계는 실적 버팀목으로 떠오른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한층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IB 강화의 한편에서는 자본확충을 통한 몸집 불리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은 기존 '4조클럽'(초대형IB) 구도에서 중소형사들의 '1조클럽' 구도로 확대되는 추세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IB부문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통적 수익원이던 증권 위탁매매(브로커리지)나 자산운용(트레이딩)에서 벗어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금융자문 △신용공여 등 IB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2019년 국내 주식시장은 2197.67포인트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1월2일 2010포인트였던 코스피는 8월7일 1909.71포인트까지 밀리기도 했다. 증권사 당기순이익은 상반기 중 IB부문 확대와 금리인하 기조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3분기 들어선 대내외 경기불안 등에 따라 주식거래대금이 줄어들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은 향후에도 주식·채권·파생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투업계는 이 같은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줄 IB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부산본사(BIFC)에서 각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을 개최했다. 올 한해 증권사들은 천수답 증시를 기대하기보다 자력으로 실적을 높일 수 있는 IB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한국거래소
미래에셋대우는 전문성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트레이딩 촐괄, WM총괄과 함께 IB총괄직제를 신설했다. IB부문은 투자비즈니스 확대 차원에서 종합금융3본부와 프로젝트개발본부를 신설했고, 리츠금융TF를 리츠금융본부로 승격시켜 신규 비즈니스를 펼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IB사업부는 해외·대체투자 전문화를 목표로 한 대체투자 전담 신디케이션본부를 IB1사업부에 신설했다. 국내외 부동산·실물자산 금융부문의 전문역량 강화를 위해 IB2사업부 산하 조직은 3본부 8부서에서 3본부 10부서 체제로 확대 재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개 본부로 분리된 IB본부 위에 IB그룹을 두는 방식으로 IB조직을 격상시켰다.
IB와 같은 중점 사업 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자기자본 확충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전체 증권사(56개사)의 자기자본은 60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6000억원(2.7%)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NH·삼성·KB·한국·신한 등 6곳이 자기자본(19년 3분기말) 4조원을 넘는 초대형IB다. 이들은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를 할 수 있다.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을 경우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가 허용되는데, 현재 8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 곳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 최소요건인 4조원을 달성, 초대형IB 지정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3조원대 자본금인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까지가 종합금융투자회사(종투사) 8곳이다.
이 같은 덩치 키우기는 중소형사들로 확대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지난 연말 증자에 잇달아 나서며 2020년 1조원대 증권사로 도약을 예고했다. 자본금 1조원 이상은 대형증권사, 3000억~1조원은 중형증권사, 3000억원 미만은 소형증권사로 분류된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지주로 편입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보통주 총 2175억원을 발행하는 것으로 올해 자기자본 1조원을 넘기며 본격적인 도약에 나설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를 활용해 주요 사업부문인 IB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운용부문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이번 유상증자로 영업기반이 확대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증권사간 자본규모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투자여력 확대를 통해 수익기반을 확충하고 사업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단순한 자본규모의 증가보다는 늘어난 자본을 활용한 실제 영업기반의 유의미한 확대와 이익 창출능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도 10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올해 자본 1조원 달성이 기대된다. 현대차증권의 증자는 2009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이에 앞서 한화투자증권이 1000억원 유상증자로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원대에 진입한 바 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