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 기업사냥꾼 이 모씨(가명)는 상장회사 A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후 상장회사 A의 보유자금 50억원을 페이퍼컴퍼니 B에 대여했다. 공모세력인 B의 경영진 김 모씨(가명)는 이를 인출해 자금을 유용했다. 이후 A사로 하여금 결산 직전에 투자조합 C에 50억원을 출자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B사를 거쳐 A사로 이체했다. 결과적으로 B사에 대여한 A사 자금을 회수한것처럼 자금유용사실을 숨겼고, 재무제표상 50억원의 투자자금(출자금)을 손실처리하며 허위로 계상했다.
이는 전형적인 무자본 M&A 유형으로 꼽힌다. 무자본 M&A는 기업사냥꾼이 자기자금보다 차입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 등 불공정거래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이 24곳의 무자본 M&A기업을 적발했다. 무자본 M&A가 갈수록 교묘하고 확대되고 있어 금감원은 전담조직 설치 등 조사확대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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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 추정기업 67사의 공시위반과 회계분식, 불공정거래 혐의 등을 조사해 24사의 위법행위를 적발하고 현재까지 총 20여명을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부정거래 5사, 공시위반 11사, 회계분식 14사(6군데 중복)로 총 24군데를 적발했다. 부정거래로 적발된 회사의 부당이득 규모는 13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투자자 피해가 13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위반법인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과징금부과 같은 행정제재가 내려진다.
무자본 M&A는 △무자본 인수 △자금조달 및 사용 △차익실현 등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인수 단계를 살펴보면 이번에 적발된 24사의 최대주주 변경횟수가 평균 3.2회에 달했다. 이중 82%에 해당하는 기업의 최대주주는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정보접근이 어려운 비외감법인과 투자조합이었다.
자금조달 및 사용 단계에서는 주로 횡령 배임과 분식회계 등이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인수자금을 갚고 그 이상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24개사는 최근 3년간 1조741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주로(92%) 사모방식으로 조달했고, 사모CB(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의 74%가 비상장주식 등을 취득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시세차익 실현 단계에서는 가짜인 호재성 정보를 언론에 배포해 주가를 부양했다. 주로 바이오사업, 중국여행사업 진출 같은 신사업 진출로 인한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는 내용의 허위공시와 보도자료를 내는 식이었다. 허위공시와 동시에 작전세력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해 투자자를 유인한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같은 무자본 M&A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자본 M&A 전담조직 설치까지 구상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장준경 금감원 부원장보(공시·조사)는 "올해2월부터 관련부서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중으로, 조직과 인원 보강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