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감독원이 앞으로 최소 2년간 공인회계사(CPA)시험 관리를 맡게 됐다. 국정감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시험 이관에 찬성했지만 법 개정이 요원한 탓이다. 금융위가 영역 축소를 우려해 이관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궁극적으로 금융당국이 공인회계사 선발에 대한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2020년에 시행될 제55회 공인회계사시험 계획을 공고했다. 선발예정인원은 1100명으로, 1차 시험은 2020년 1월31일, 2차 시험은 6월4일에 진행된다. 지난해 나온 시행계획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최소선발예정인원과 시험일정뿐이다.
지난 6월 치러진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이 서울소재 사립대학 고시반 특강 내용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 출제교수의 혐의점을 발견했고 문제가 된 항목은 모두 정답처리됐다. 당시 회계사 시험 관리조직을 국가전문자격시험을 총괄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에 동의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홍역을 겪었음에도 공인회계사시험은 적어도 2년 더 지금과 똑같은 일정과 형식으로 진행된다. 금융위는 현재로서는 시험이관을 위한 법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회 일정상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점과, 이관 이후에도 시험 관리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과 시행령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 여러가지 검토할 사안이 많다"고 전했다. 대신 현재 시스템 내에서 조직과 예산을 소폭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는 △문제 선정위원 별도선발 △출제위원 수당 증액 △금감원 관리조직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기출문제와 시중 문제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기관이 시험 이관에 공식적으로 동의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관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금융위가 소극적이라 개정안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CPA시험 체제에 대해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 사고를 개인의 일탈로 규정한 것이 시험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계개혁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회계업계와 시험 준비생들을 위해서라도 회계사 선발에 대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