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펀드의 판매·운용보수 없이 성과보수만 받는 펀드가 운용업계 최초로 출시되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매년 운용보수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로보수까지 가세할 경우 중소형 운용사의 경영 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반면 펀드의 성과만 잘 나온다면 오히려 운용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KB자산운용이 ‘‘KB장기토탈리턴성과보수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펀드의 판매·운용보수가 없으며, 환매할 때 누적수익률이 8%를 초과했을 경우 초과수익금액의 20%가 성과보수로 부과되는 게 특징이다.
이 같은 펀드 출시 소식에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KB운용의 경우 고객과의 접점이 높은 KB국민은행이 있기 때문에 판매가 어느 정도 보장된 상태에서 성과보수를 내세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중소형 운용사들은 안 그래도 낮은 운용보수율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데다 판매보수와의 형평성 문제로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자산운용 업계의 평균 운용보수는 투자금액의 0.252%로 판매보수(0.390%)보다 낮은 수준이다. 과거 5년간의 평균 운용보수 추이를 보면 2014년 0.312%에서 2015년 0.297%, 2016년 0.270%, 2017년 0.292%로 꾸준히 하락했다. 판매보수 역시 2014년 0.456%에서 2017년 0.371%로 줄어들었다.
운용보수는 펀드의 구조를 설계하고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에 지불하는 보수다.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만들고 운영한다. 판매는 은행과 증권사, 펀드온라인코리아(펀드슈퍼마켓)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판매보수를 챙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과도한 경쟁에 따라 운용보수와 수수료는 계속해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의 입장에서는 보수율의 미미한 차이보다는 있느냐 없냐의 관점에서 KB운용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데다 운용보수까지 줄어들면서 작년 전체 운용사의 40%가량은 적자를 기록할 만큼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만으로 자산운용사가 생존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소형 운용사가 믿을 건 펀드 수익률 등 성과로 정면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펀드의 판매·운용보수 없이 성과보수만 수취하는 펀드가 운용업계 최초로 출시됐다. 사진은 은행점에서 상품 설명을 받고 있는 고객.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