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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픽싱 붙은 '전환사채', 투자자 혼란 야기
작년 리픽싱 공시 1천건 넘어…주주가치 희석·손실 증가 위험
입력 : 2019-01-29 오후 3:31:34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리픽싱 조항이 붙은 전환사채(CB)가 코스닥시장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기업의 리픽싱 공시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섰다. 지난 2016년만 해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쳐도 600건을 넘지 않았던 리픽싱 공시는 2017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리픽싱(Refixing)은 CB를 발행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처음 정했던 전환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게 만든 조항을 말한다. 주가 하락에 따른 CB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 전환가액의 70%까지만 하향 조정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주가가 상승할 때 상향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규정상 리픽싱은 횟수에 제한이 없고, 주가가 계속 급락한다면 리픽싱 약정에 따라 전환가액 조정이 1~3개월 단위로 반복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리픽싱 건수가 많아질 경우 주식으로 전환돼 새로 상장하는 주식수도 늘어나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닥 기업의 CB 발행이 급증하면서 리픽싱에 따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환사채 발행 시 대부분 리픽싱 약정이 부여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격의 하향조정으로 이어진다”며 “전환사채 발행 비중이 높은 코스닥 기업의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리픽싱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전환권을 파생금융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경우 오히려 기업의 실적은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게 된다. 현금유출이 없어도 기업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해 파생상품거래손실이 발생한 공시는 총 24건이었다. 이 가운데 4건은 유가증권시장, 나머지 20건이 코스닥에서 발생했다. 파생상품 평가손실 금액이 자기자본의 10% 이상일 경우에만 의무 공시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실제 손실이 발생했던 기업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지연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서 CB 발행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는 코스닥 벤처펀드 도입으로 사채 발행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며 “리픽싱 조건이 있는 전환사채 발행은 실질적인 손실이 없음에도 기업 손익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제도적 보완과 투자자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세제혜택이 부여된 ‘벤처기업투자신탁’에 코스닥 공모주 30%가 우선배정되는 펀드다.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하는데,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신주 의무 투자비율을 충족시키는 데 유리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코스닥 기업의 CB 발행건수는 2017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기업의 리픽싱 공시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섰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신송희 기자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신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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