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미·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을 짓눌러 온 미-중 무역분쟁의 긴장감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최악의 경우 더 오랜 시간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걱정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만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나란히 걷는 모습.
두 정상의 회담은 현재 국내 증시의 최대 악재로 꼽히는 미-중 무역분쟁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이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배제키로 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사전실무협상단 등에서 강경 발언이 나오는 것은 협상 전 힘겨루기로 해석된다.
이번 만남으로 미-중 무역분쟁 문제가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악화일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은 무역전쟁을 끝내는 실질적인 협상보다 중장기 테이블 구성을 위한 사전탐색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를 기점으로 앞으로 이어질 협상 기간 동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시도가 한동안 휴지기에 돌입한다면 한국을 포함해 낙폭이 컸던 신흥국 시장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흐름은 중국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주도권을 쥔 미국이 시간을 두고 상황을 점검하면서 조금씩 타협점을 찾아가는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만남에서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지 않겠지만 지적재산권 침해와 제조 2025 관련 업종 개방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크게 본다"며 "타협안이 도출돼도 미국은 267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만 철회하고 기존 건은 중국의 약속 이행을 지켜보면서 부분적으로 관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의 긴장 완화와 무역전쟁 불확실성 해소는 분명한 호재다. 그러나 양국의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고 결과에 따라 더 큰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질적 성장이 필요한데 기술 수준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낮아 해외기업 인수 또는 조인트벤처 형식을 선호하고 있고, 미국 무역대표부의 의혹처럼 산업 정보 해킹 같은 방법도 사용되고 있을지 모른다"며 "중국의 성장률 유지를 위해 필요한 방식일 수 있는데 기술 탈취와 관련한 부분을 미국의 뜻대로 하면 앞으로의 성장 방향이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중국이 기술 탈취를 인정하고 안하겠다는 약속을 하기 어렵고, 만약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성장 둔화가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가 오랜 시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